시간 여행자
켜켜이 내려앉은 세월을 뚫고
다시 또,
꽃이 피어 봄이 오고
봄이 있어 꿈을 꾼다
천년 전 그날같이
우리에게 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꿈조차 꿀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봄이란, 꿈이란 그런 것이다. 겨울의 칼바람을 견디며 꽃눈을 키우는 것은 기다림을 믿기 때문이다. 꽃눈은 봄이고 봄은 다시 또 마음속에 품게 되는 희망이다. 좋은 날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백년이 흘러도 천년이 흘러도 어김없이 다시 봄이 오듯이 그런 계절이 켜켜이 쌓여 세월 속에 묻혀도 우리는 여전히 천년 후를 기다리는 시간을 산다. 시간은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이므로, 천년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므로, 매 순간 희망을 품고 산다면 나무 한 그루가 온통 환한 봄을 약속해 줄 것이다. 삶이 따뜻해지고 무성해 질 것이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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