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청년에겐 좋은 일자리를, 노인에겐 기본소득 제공을
[백세시대 / 금요칼럼] 청년에겐 좋은 일자리를, 노인에겐 기본소득 제공을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2.14 15:04
  • 호수 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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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일부 지자체의 청년수당이나 

정부의 노인일자리 늘리기는

정책 우선 순위가 뒤바뀐 것

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 없애고

기초연금 대상 더 확대해야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노년기를 준비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을 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 역할이다. 또한 정부가 노년을 경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공적 및 사적 연금제도를 개발·발전시킴은 물론, 부득이한 이유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현대 복지국가의 기본적 책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획기적인 경제발전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였고, 1970년대 후반부터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장기요양보험 등의 사회보장제도 도입을 통해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방정부가 청년수당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중앙정부는 노인일자리사업을 역점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앞으로 3년간 만 19세~34세 미취업 청년에게 매월 50만 원 수준의 수당을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간 지급하기 위해 1008억 원을 금년 예산에 책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금년 하반기부터는 중위소득 120% 이하의 서울 거주 청년 1인 가구 5000명에게 월 20만 원의 임대료를 지원한다고 한다. 이에 뒤질세라 경기도 역시 만 24세 청년으로서 도내 3년 이상 계속 거주한 경우 누구에게나 청년수당을 분기별로 25만 원씩 최대 100만 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기로 하고 금년 예산 1054억원을 배정하고 있다.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서울시와 경기도가 경쟁적으로 청년수당에 열을 올리는 것은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당해 단체장의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경기 호황에 힘입어 청년 구인난을 겪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저성장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이에 따른 취업난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실업률은 3.8%로 200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8.9%로 평균보다 훨씬 높다. 또한 전체 실업자 중 25~29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1.6%로 OECD 36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만들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경제정책을 기존의 친(親)노조에서 친(親)기업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더해,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정부가 일자리보다는 청년수당이라는 변형된 기본소득을 주는 경쟁을 하는 반면, 중앙정부는 허접한 노인일자리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2020년 노인일자리 13만개를 늘려 74만명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간도 12개월짜리 비중을 18%에서 5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예산도 작년에 비해 40.7% 늘어난 2조9천억 원을 책정했다. 정부가 노인일자리에 역점을 두는 이유는 비록 고용의 질은 떨어져도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결과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노인 빈곤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현재 한국 노인 빈곤율은 45%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고일 뿐 아니라 청·장년에 비해서도 5배나 높다. 그 이유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 공적이전소득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3년 현재 GDP 대비 노인에 대한 공적지출 수준은 한국이 2.2%로 OECD 평균 7.7%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의 노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9년 현재 35.2%로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그 결과 은퇴 연령이 한국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OECD 평균(남성 65.1세, 여성 63.6세)보다 훨씬 높다. 결론적으로 한국 노인은 OECD 선진국 중 가장 열심히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노인복지 정책의 우선순위는 궁여지책으로 만든 일자리 사업보다는 적정 수준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구체적 방법으로 기초생활 보장제도 '부양의무자' 조건을 즉시 폐지하고, 기초연금 수준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또한 노인이 일하게 되면 기초연금 수급 자격이 박탈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기초연금 대상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는 방안 역시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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