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슬기로운 황혼육아법, 예전 육아방식으로 손주 돌보면 딸‧며느리와 충돌
책으로 보는 슬기로운 황혼육아법, 예전 육아방식으로 손주 돌보면 딸‧며느리와 충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2.14 15:35
  • 호수 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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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과 할머니가 함께 읽는 명품 할머니  할머니 육아 전문가가 알려주는 팁 

할아버지의 육아일기    아이와 주말농장 가꾸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  손주 돌본 시간이 큰 기쁨었다는 할아버지

[백세시대=배성호기자]경기 화성에 사는 이정용(67‧가명) 씨는 맞벌이를 하는 딸 내외를 위해 평일에 아내와 함께 손주들을 돌봐주고 있다. 딸을 키워냈던 시절을 회상하며 큰 무리는 없을 거라 여겼지만 막상 아이를 돌보려다보니 온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냈다. 또한 자신들의 육아 방식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딸과 충돌도 잦다. 이 씨는 “내 핏줄만 아니었어도 당장 그만뒀을 것”이라면서 “나이가 있고 육아 상식도 과거에 머물러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사례처럼 맞벌이를 하는 자식들을 위해 황혼육아에 나서는 어르신들이 많지만 젊었을 때와 달리 떨어진 체력과 달라진 육아환경 탓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출판계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황혼육아와 관련한 서적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워킹맘과 할머니가 함께 읽는 명품 할머니 육아

엄마는 위생적이면서도 세련되게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할머니는 아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워주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엄마는 최신 육아 상식과 교육 방법으로 키우길 원하지만 할머니는 그동안의 연륜과 경험으로도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워킹맘과 할머니가 함께 읽는 명품 할머니 육아’(소란)는 할머니 육아 강의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일하는 며느리나 딸과의 육아 갈등 해결법을 제시한 책이다. 민간요법을 신봉하는 할머니들의 잘못된 육아방식을 바로잡아주면서 할머니 스스로가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육아 주체자로서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아이 발달사항, 위생 상식뿐만 아니라 건강, 교육, 베이비 마사지 방법 등 실제 육아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어 실용적이다. 세세한 육아 팁들은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육아법에 할머니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1장에서는 며느리와 딸과의 육아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효과적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여러 사례를 통해 며느리와 딸의 마음까지 살짝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할머니들은 간단한 육아상식도 가물가물해진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인 육아 상식들을 2장에 풀어냈다. 3장에서는 흔히 저지르는 잘못된 육아방법을 바로 잡는 실용적인 내용만을 담았으며, 4장은 베이비 마사지 파트로 할머니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사진과 설명을 곁들여 설명한다.

◇할아버지의 육아일기

‘할아버지의 육아일기’(생각나눔)는 평생직장에서 은퇴한 후 단조로운 삶을 살던 저자가 손주가 생기면서 할아버지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는 손주와 아름다운 인생을 함께 엮어가는 할아버지의 기록과 할머니의 사진이 따뜻한 시선 속에 녹아 있다.

저자는 황혼육아를 인생의 짐으로 생각하지 않고, 손주가 노후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여정의 동반자로 생각한다. 또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세상에 책을 내어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월간지 ‘전원속의 내집’을 통해 2년간 ‘주말 농장 일기’를 연재하기도 했던 저자는 손자가 성장하는 과정과 주말농장에 와서 함께 자연을 체험하며 보냈던 시간들을 육아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손주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옹알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 시작하더니 때가 되어 걸음마를 시작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담고 있다. 손주가 성장 과정의 징검다리를 지날 때마다 저자도 함께 건너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관점에서 보고 느낀 대로를 써두었다.

손주가 자라 2살이 된 후에는 함께 주말농장에 다닌 이야기를 다룬다. 농장에 가서 방울토마토를 따 먹고, 모종도 옮겨 심고, 이랑을 만드는 과정에서 손주가 때로는 작업에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그게 저자에게는 되레 큰 기쁨이었다고 말한다.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황소자리)는 근엄하고 엄격하고 한편으론 숫기가 없던 할아버지가 50일 간격으로 태어난 두 손자를 키우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은행 지점장을 지내다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해 딸들을 출가시킨 후 아내와 단란한 노후를 보낸다. 그러던 중 딸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차원에서 손주를 맡아 키우기로 한다. 물려줄 권력이나 재력도 없고, 다정다감하지도 못했던 아버지는 잘 자란 딸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외손자를 맡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집을 떠날 때까지 손자들을 돌보며 아이들과 교감하고, 기쁨을 느꼈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누군가 이 시대의 가장 편리한 발명품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목청껏 일회용 기저귀라고 답할 정도로 일회용 기저귀를 예찬하고, 서구식 육아법에 따라 아이들을 키우는 대신 고집스럽게, 팔이 떨어지는 것 같아도,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아도, 아이들을 안고 또 안아주었던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늙어서 애나 보게 되었구나”라는 자괴감은 잠시일뿐, 외손자 둘을 돌보는 지난 몇 년은 노년에 뜻하지 않게 찾아온 파릇한 봄이었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인생의 후반부에 새로운 생명을 통해 삶의 또 다른 의미를 깨달아가는 여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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