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보약은 건강보조식품과 달라…진단 받고 복용을”
“한방 보약은 건강보조식품과 달라…진단 받고 복용을”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2.14 15:40
  • 호수 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혈‧음‧양의 부족한 부분 보충…체질에 맞는 약재로 부작용 막아야

균형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이 먼저…처방시 질환‧복용약 등 밝혀야

[백세시대=이수연기자] 보약은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한약이다. 경희대한방병원 간장조혈내과 이장훈 교수는 “보약은 여덟 가지 한의학적 치료 방법의 하나인 ‘보법’에 사용되는 것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음양 기혈이나 오장육부의 허약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보법이란 환자에게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진단되면 그만큼 보충해주는 방법이다. 

따라서 각종 검사 시 아무 이상이 없는데 소화 장애나 무력감, 우울감, 수면장애 등이 있는 경우나 6개월 이상 만성피로가 지속되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에게 보약을 권유한다. 

이장훈 교수는 보약을 복용하는 이유에 대해 “부족한 원기 회복과 정상적인 혈의 순환을 위해 복용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음양을 바로잡음으로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찾아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말했다. 

이처럼 몸의 어딘가가 나사 풀린 것처럼 불균형에 이르렀을 때 보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보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자신에 맞지 않는 보약을 무분별하게 복용할 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보약 처방 전에는 만성질환 등 알려야

보약은 특성에 따라 보기약, 보혈약, 보음약, 보양약으로 나뉜다. 보기약(補氣藥)은 평소 기운이 없고 무기력하고 나른한 증상이 있을 때 복용한다. 인체의 대사 기능을 조절하며 황기나 인삼 등이 대표적인 보기약이다. 

보혈약(補血藥)은 혈액이 부족해서 생기는 증상에 처방한다. 출혈 등의 이유로 혈액이 부족하면 얼굴과 입술이 창백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게 된다. 당귀나 천궁 등이 대표적인 보혈제에 속한다. 

체내 음기가 부족할 때 처방받는 보음약(補陰藥)은 맥문동과 산약 등이 대표적이다. 입과 피부가 건조해지고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 등에 효과적이다. 

체내 양기가 부족할 때는 보양약(補陽藥)을 처방받는다. 양기가 부족하면 추위에 민감해지며 배가 차가워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녹용이나 구기자 등이 대표적인 약제로 쓰인다. 

이장훈 교수는 “일반적으로 보약을 건강보조식품의 일환으로 생각해 정확한 진단 없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약의 효과를 높이려면 몸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받고, 개인의 생리적인 경향과 병리현상에 관한 특성 등을 파악한 후 처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약을 처방받기 전에는 피로감 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갑상샘질환, 결핵, 간 질환 등은 피로를 동반하는데, 질환 치료가 우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약을 복용할 경우 병이 악화될 수 있다.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거나 간이 나빠진다는 속설 때문에 보약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보약 때문에 살이 찐다는 것은 본래 허약체질이었던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몸이 약한 사람은 보약을 통해 소화 기능을 회복하면 음식 섭취량이 늘고 살이 찌면서 체력과 면역력이 좋아진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보약을 먹고 살이 찐다는 말은 맞지 않는 말이다. 

보약 때문에 간이 나빠진다는 것 역시 모든 보약에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한약재도 있지만 모든 보약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체질에 맞는 보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는 “간염이나 간경화와 같이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이 간을 보호하는 보약을 복용하기도 하며, 실제로 처방되고 있다”며 “보약 처방 전 검사를 통해 현재 건강 상태와 질환 등을 알린 후 한의사의 처방에 따르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보약 복용 땐 음주‧흡연‧과식 금해야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습관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력‧의욕 저하 등의 상태가 2주 이상 장기간 지속되거나 계절에 따라 반복되는 질환이나 증상이 있을 때 미리 보약을 먹게 되면 취약해질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다. 

이장훈 교수는 “만성 피로나 체력 저하 등 신체 이상 신호가 발생되면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고 정신적‧신체적 휴식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보약이다. 다만 균형 잡힌 생활을 하면서도 건강이 회복되지 않을 때는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약을 복용할 때는 술과 담배를 금하고, 과식을 주의해야 한다. 보통 보약은 장에서 소화‧흡수되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과식하거나 지나친 육식을 하는 것은 한약 흡수에 좋지 않다. 

양약은 보통 식후 30분에 먹는 경우가 많은데, 보약은 식후 1시간이나 식전에 먹는 것을 권유한다. 장이 어느 정도 비어 있는 상태에서 약의 흡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성질이 강한 약재가 들어간 일부 약은 위장이나 점막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식후 30분에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처방 시 복용 시간과 복용법을 숙지하고 정확히 따르는 게 좋다. 

보약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양기를 돕는 약재를 과하게 섭취하면 피부에 가려움증이나 가벼운 두통,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몸이 찬 사람은 음기를 돕는 약재를 과하게 복용하면 설사나 소화불량 등 소화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혈당이 높은 사람이 소화흡수력을 돕는 일부 한약을 먹을 경우 혈당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의사 처방으로 혈관 확장을 위해 혈전용해제 등의 약을 복용하는 중에 어혈을 풀어주는 약재를 먹게 되면 출혈 상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만성질환 등의 질병 때문에 평소 약물 복용이 많다면 보약 복용 시 꼭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