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7’, 두 병사의 시선으로 본 1차 세계대전의 참상
영화 ‘1917’, 두 병사의 시선으로 본 1차 세계대전의 참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2.21 14:34
  • 호수 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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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임무 수행하는 두 병사가 하룻동안 전장을 달리며 겪는 사건들

전체가 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편집기법… 관객에 사실적으로 다가와

[백세시대=배성호기자] 2월 9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막을 내렸다. ‘기생충’의 가장 큰 경쟁작은 작품상을 비롯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샘 맨데스 감독의 ‘1917’이었다. 기생충에게 주요 부문 수상을 내줬지만 촬영상, 시각효과상 등을 수상하며 빼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1917’은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며 대중적인 성공도 거두고 있다.

아카데미 3개 부문을 수상하고 흥행에도 성공한 화제작 ‘1917’이 2월 19일 국내에서도 개봉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두 명의 병사에게 벌어진 하룻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1917년 어느 날 독일군에 의해 모든 통신망이 파괴된 극한의 전쟁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친구 사이이기도 한 영국군 8대대 소속 일병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휴식을 취하던 중 에린 무어 장군의 부름을 받고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이들의 임무는 영국군 2대대의 수장인 매켄지 중령에게 에린 무어 장군의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다. 에린 무어 장군은 독일군의 갑작스러운 퇴각이 습격을 위한 함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격 개시를 앞둔 매켄지 중령에게 이를 알려 병사 1600여명의 목숨을 살려야 했다. 

이후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막중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리고 그 과정은 위기의 연속이다. 두 병사는 퇴각한 독일군이 구축해놓은 진지 속 모습을 보며 감탄하던 중 부비트랩(건드리면 폭발하는 장치)을 발견한다. 이때 쥐가 트랩을 건드려 건물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블레이크가 깔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또한 휴식을 취하던 중에 독일군 비행기가 인근에 추락했고 두 병사는 불타고 있는 비행기 조종석에서 독일군 조종사를 발견한다. 스코필드가 조종사를 편히 보내주자고 하지만 블레이크는 그를 살리자고 결정하고 이 선택으로 인해 두 사람의 임무 역시 위기를 맞게 된다.

두 병사가 하달 받은 메시지를 전달하러 간다는 내용은 실화는 아니다. 샘 멘데스 감독이 할아버지의 경험담에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를 통해 창조한 것이다. 초소와 초소 사이를 오가며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로 선발돼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샘 멘데스 감독의 조부는 무인지대나 양쪽 모두의 공격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지나며 목숨을 걸어야 했다고 한다. 샘 멘데스 감독은 조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자료조사를 진행했고, 1917년 독일군이 힌덴부르크 전선까지 퇴각했을 당시 영국군이 독일군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던 시기를 주목한다.

이번 작품에선 전쟁 영화에서 흔히 예상되는 전투장면은 없다. 대신 황량하고 참혹한 전장 곳곳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주검과 말 사체 따위를 무심하게 비춘다. 그 사이로 주인공들은 포복하고 걷고 달리면서 전진한다. 간간이 마주치는 적군과 벌이는 총격전도 긴박함보다는 절실함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단순한 이야기는 영화 전체가 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원 컨티뉴어스 숏’(컷된 장면이 없게끔 일련의 장면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연속촬영 장면처럼 만든 촬영 기법) 기법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전개된다. 당시 전쟁은 땅을 파서 대치하는 참호전이었다. 감독은 참호전의 비극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고,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묘사를 위해 선택한 것은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이다. 

두 병사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한 순간을 온몸으로 경험한다. 저격수를 조심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지친 표정으로 참호에 주저앉아 있는 병사들의 모습과 말과 사람의 시체가 널브러진 전장을 지나가는 두 병사의 모습은 전쟁의 피로와 긴박감을 실감나게 전해주며 그 감정에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몰입감은 총탄이 오갈 때 그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대표적으로 무너진 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주인공이 다리를 뛰어넘어 건너던 중 스크린 시야 밖에서 총알이 날아온다. 이 순간 관객들 역시 주인공 못지않게 긴장감을 느끼게 되며 오직 주인공만 비추는 카메라 때문에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숨을 졸이게 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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