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 0.92명… 14년간 185조원 붓고도 계속 내리막
지난해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 0.92명… 14년간 185조원 붓고도 계속 내리막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2.28 11:11
  • 호수 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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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최근 10여 년간 200조 원에 가까운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저출산 기조를 막지 못한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2019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이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 1명 아래로 내려간 2018년의 0.98명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합계출산율은 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인 15세부터 49세까지를 기준으로,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일컫는 지표다. 이렇게 출산율이 떨어지면 한 세대인 30년 뒤에는 출생아 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인구절벽의 시대에 직면하는 것이다.

평균 출산연령 또한 33세로 전년보다 0.2세 상승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중은 33.3%로 전년보다 1.5%p 높아졌다. 전체 산모 3명 중 1명은 나이가 35세 이상이라는 뜻이다. 이는 가임기 여성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기조를 막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왔지만 이런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1~3차에 걸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해 지난해까지 총 185조원을 저출산에 대응한 사업비 등으로 사용했다. 

예산을 세부적으로 보면, 1차 기본계획(2006~2010년)에는 약 20조원, 2차 기본계획(2011~ 2015년)엔 61조원을 사용했다. 2016~2020년에 걸쳐 추진 중인 3차 기본계획에는 지난해까지 약 104조원이 투입됐다.

지난 14년간 저출산을 막기 위해 투입된 총액 185조원은 올해 정부 전체 예산(512조원) 3분의 1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1.13명)보다 오히려 0.21명이 줄어들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저출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땜질식 처방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올해에는 출산율이 더 떨어질 우려가 큰 만큼, 인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고 싶은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으니 결혼부터 기피하고 주택 가격 상승으로 내집 마련을 꿈꾸기 어려운데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정부는 그동안 출산장려금, 아동수당 등 수없는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백약이 무효다. 국민 혈세만 날리고 아이를 낳을 유인책이 되지 못한 채 정책은 실패로 귀결됐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해법이 아니라, 단순히 현금복지의 단기처방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은 대한민국 미래의 최대 위험요소다. 고령화와 맞물려 경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가늠하기도 어렵다. 젊은 인구가 줄고 노인이 늘면서 노동력은 부족해져 생산성 저하로 경제 활력을 잃고 투자와 생산, 소비가 함께 위축돼 잠재 성장률과 국가경쟁력 추락의 악순환이 자명해 보인다. 더불어 사회보장비용이 급증하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갈도 빨라질 것이다. 

결국 성장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전제 없이 저출산 해결은 불가능하다. 

눈앞에 닥쳐온 ‘인구재앙’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저출산 대책들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외국 사례도 참고해 실질적 효과가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긴 안목에서 임신과 출산, 양육을 가로막는 우리 사회의 틀과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주력하며 저출산 현안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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