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코로나19가 불러온 때아닌 재택근무 붐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코로나19가 불러온 때아닌 재택근무 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2.28 13:40
  • 호수 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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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간 필자는 퇴근시간 지하철을 탈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9호선을 타고 집으로 갈 때 여의도역을 지나야 하는데 이 구간은 유독 사람이 많기로 악명이 높다. 정차하는 역이 적은 급행열차를 탈 경우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돼 고생을 감수하더라도 타려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적정인원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타려고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비명이 난무하고 몸을 움직일 틈조차 나지 않는다. 그나마 적응이 돼서 견딜 수 있게 됐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제발 감염자가 타지 않기를 기도하며 숨도 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2월 24일 퇴근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의도역으로 지하철이 들어간 순간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헌데 의외로 타는 사람이 적었다. 발 빠른 몇몇 기업들이 피해를 줄이고자 재택근무로 전환해 탑승객이 줄었던 것이다. 

삼성, LG, SK, 현대 등 대기업들이 한시적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국내에는 때아닌 재택근무 바람이 불고 있다. 재택근무는 직장인들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출퇴근길의 지옥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장 편안한 환경에서 일을 하기를 원한다. 또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경우, 이번처럼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까이서 아이의 안전을 지켜볼 수 있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은 지각 걱정 없이 좀더 잘 수 있고, 집중해서 맡은 일을 일찍 끝내면 여가시간도 늘어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기업 입장에서도 상주 인원이 줄면 관리비를 비롯한 각종 운영비를 절감해 회사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재택근무 반대론자들은 집에서 일하다 보면 사람의 특성상 나태해져 일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고 결국 회사가 문을 닫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또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들의 매출이 떨어져 문을 닫는 식당이 늘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미 출판계에서는 위와 비슷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파주의 B출판사가 2012년부터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큰 화제를 모았다. 저녁 있는 삶을 위해 9시부터 4시까지만 업무를 하기로 했다. 이때도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B출판사는 이전보다 업무 효율성이 늘었고 현재까지도 건재하다. B출판사의 성공 이후 출판업계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이번에 기업들이 실시하는 재택근무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아직까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손해를 입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직원의 건강을 위해 내린 과감한 결단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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