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로부터 홀몸 어르신 지키는 대한노인회
[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로부터 홀몸 어르신 지키는 대한노인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2.28 13:49
  • 호수 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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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코로나19 초기 확산 때 무관심 했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극장, 백화점, 음식점 등 다중이 모이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락거렸다. 그러다 주말에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서는 순간 은근히 겁이 났다. 가까운 주변 에서 누군가 역병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바깥출입이 두려웠다. 이후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 후 손도 30초 동안 씻었다.

기자는 이번 사태에 마스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작년 말 부부모임에서 마스크 한 다발을 받아놓은 것에서 하나씩 빼서 지금껏 잘 쓰고 있다. 요양시설에 나가는 사회복지사 후배 부인이 그날 동석한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돌렸던 것이다. 

‘백세시대’ 신문에 고정적으로 지회장 인터뷰를 게재하는 기자로선 위험천만한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경북의 한 지회를 방문해 지회장과 장시간 얘기를 나누고 신문에 기사를 실은 직후 그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보도를 접했다. 

기자는 내 한 몸 돌보면 끝이지만 산하 경로당 내 수많은 회원의 안부를 살펴야하는 지회장들은 몸과 맘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이들 대부분은 시설에서 수십 년간 질병을 앓던 노인들이다. 노인이 주거공간처럼 이용하는 경로당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경로당과 노인복지관도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자 전면 또는 일부 휴관에 들어갔다. 전면 폐쇄가 답이겠지만 노인에게 갈 곳이 경로당뿐이라는 상황에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경로당, 노인복지관에서 점심 식사를 하거나 도시락 배달에 의존하는 홀몸 노인들은 이들 시설의 문이 닫혀 끼니 해결이 고통스러운 일이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한노인회가 나서서 이들의 안부와 감염 여부, 식사 문제 등을 체크한다는 점이다. 

대한노인회는 일선 경로당 회장을 통해 홀몸 어르신들의 안부를 전화로 확인해 분회-지회-중앙회-복지부 순으로 보고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최근에 가동했다. 이 시스템이 잘 작동돼 감염 상황이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어르신들이 식사를 거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경로당 수가 적으면 문제 되지 않겠지만 경로당 수가 500~700개 이르는 지회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530개에 달하는 경로당을 둔 합천군지회는 분회를 통해 산하 경로당 홀몸 어르신의 근황을 파악하고 있다. 합천군지회 측은 지난 2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합천은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분회장들이 350명의 홀몸 어르신 안부 등을 확인해 지회에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코로나 위협에 직면해 각자도생의 각박한 현실 속에서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홀몸 어르신들의 건강과 끼니 문제까지 세심히 살피는 지회 직원들의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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