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숲 산책 1] '작은 아씨들'...미 남북전쟁 시절 네 자매가 겪는 성장통과 사랑
[고전의 숲 산책 1] '작은 아씨들'...미 남북전쟁 시절 네 자매가 겪는 성장통과 사랑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3.06 15:36
  • 호수 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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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전쟁 시대 한 가정의 네 자매 성장 과정을 다룬 작품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영화로 제작된 ‘작은 아씨들’의 한 장면.
미국 남북전쟁 시대 한 가정의 네 자매 성장 과정을 다룬 작품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영화로 제작된 ‘작은 아씨들’의 한 장면.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올콧의 자전적 소설

주체적인 여성인 ‘조’를 중심으로 성장과정 감동적으로 담아

작은아씨들
작은아씨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최근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국내 대형 인터넷서점에서는 미국에서 1868년 출판된 ‘작은 아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알에이치코리아, 더스토리, 월북 등의 출판사가 각각 번역‧출간한 책이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엠마 왓슨 등 미국에서 떠오르는 여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동명의 영화가 악재 속에서도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딸부잣집 자매들을 ‘작은 아씨들’이라 불러 제목은 귀에 익었지만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세기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메사추세츠 주에 살고 있는 ‘마치’ 가문의네 자매를 주인공으로 한다. 성격이 각기 다른 네 자매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자신들의 꿈을 키우면서 아름답고 당당하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출간하자마자 3만부 이상 판매하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돼 현재까지도 세계 명작의 하나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야기는 경제적으로는 파산했지만 엄격한 청교도 정신의 소유자인 아버지가 1년 동안 전장(남북전쟁)에 나가 있는 사이에 일어나는 네 자매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름답고 차분하면서도 허영기가 있는 맏딸 ‘멕’, 지나칠 정도로 남성적이고 활달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작가 지망생 둘째 ‘조’,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헌신적이고 단정한 셋째 ‘베스’,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멋 내기를 좋아하는 넷째 에이미. 이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교육방침에 따라 남들을 도우며 씩씩하게 극복해나간다.

그러다 네 자매가 자신들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베푼 것을 알게 된 옆집 부자 로렌스는 크리스마스에 이들에게 멋진 저녁을 제공한다. 이를 계기로 네 자매는 로렌스의 손자 로리와 친해지고 우정을 쌓아간다. 조가 쓴 연극에 로리가 참여하면서 한층 더 가까워진다. 이후 연극표를 구한 로리가 멕과 조만 초청하자 화가 난 에이미가 조의 연극 대본을 불태우는 일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단절됐지만 에이미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사건을 계기로 우애를 회복한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소소한 사건들을 겪고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히며 네 자매는 성장해 나간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또다른 불행이 가족을 덥친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베스가 성홍열에 걸리게 된 것. 베스를 간호하며 멕과 조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베스는 간신히 고비를 넘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오고 로리의 가정교사이자 존 브룩이 첫째 멕에게 청혼하며 1부 격인 10대 시절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2부에서 네 자매는 어른으로 성장해 넒은 세상을 향해 나간다. 멕은 존 브룩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조는 신문과 잡지에 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경력을 쌓아나간다. 에이미는 숙모 부부를 따라 유럽 여행을 떠난다. 에이미가 집을 비운 사이 베스가 우울해하자 조는 베스가 로리를 사랑하는 줄 오해하고 가정교사 자리를 구해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에서 독일 출신의 프레드리히 바에르 교수를 만나는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돌아온 조에게 로리가 청혼하지만 조는 거절한다.

그 사이 베스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다. 조는 동생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좌절하지만 베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가족가 보내다 편안히 세상을 떠난다. 

한편 실연으로 상심한 로리는 할아버지 로렌스의 권유로 유럽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한 에이미를 만나 새롭게 사랑에 빠지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된다. 

에이미와 로리 부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기에 맞춰 프레드리히 교수가 마치 가를 방문한다. 이때 조는 자신이 프레드리히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그와 결혼하게 된다. 1년 후 조는 숙모 할머니의 저택을 물려받아 남편과 함께 가난한 아동들을 위한 학교를 열고 멕과 에이미 역시 자식을 낳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작품은 네 자매의 성장기를 통해 19세기 미국의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 특히 여성은 평생 기쁨을 주는 인간이 돼야 한다고 압박하는 당대 분위기에 불만을 갖고, 주체적이고 꿈이 명확한 인물로 성장하는 ‘조’를 통해 그 당시 여성들에게 자립심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은 결혼하지 않고 평생 글을 쓰며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활동했고, 1880년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최초로 지방선거 투표등록을 하기도 했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도 투표를 장려하고 여성들의 사회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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