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원장의 만성 소화기질환] 3.만성설사와 자율신경 균형 치료법
[김영근 원장의 만성 소화기질환] 3.만성설사와 자율신경 균형 치료법
  • 김영근 원장
  • 승인 2020.03.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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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질환은 만성으로 되기 쉽다. 김영근 위맑음한의원 원장이 위장 등 소화기질환 극복법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만성설사를 하는 사람은 외출이 두렵다. 집이나 사무실을 떠나 낯선 곳에 갈 때는 습관적으로 화장실 위치를 확인한다. 마음이 불안하면 영락없이 몸으로 반응이 온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갑자기 몸에 신호가 와 식은땀을 흘린 경우가 종종 있다. 병원을 여러 차례 찾아도 원인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원인을 설명 듣고 약을 복용해도 잠시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만성설사는 수개월을 넘어 10년, 20년 지속되기도 한다.

대변이 묽고, 배변횟수가 잦은 게 설사다. 전통 한의학 문헌들에서는 대변이 당박(溏薄)한 것을 설(泄), 물과 같이 무른 것을 사(瀉)로 구분하였으나 현대에는 설사로 통칭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무른 변을 보는 설사는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설사는 3일 안팎에서 일주일 정도 지속된다. 증상은 어느 날 갑자기 묽은 변을 수시로 보는데 높은 열과 복통, 탈수 증상이 동반된다. 때로는 혈변도 보인다. 원인은 식중독, 장티푸스, 콜레라 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대부분이다. 대개 원인이 분명한 급성설사는 약을 복용하면 쉽게 해소된다.

이에 비해 만성설사는 흔히 원인이 불명확하다. 문진, 복진, 내시경 검사를 꼼꼼하게 해도 특별한 문제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증상도 급박하기 보다는 소화기능의 전반적인 저하 속에 생활의 일부처럼 된다. 이 같은 만성설사 요인은 몇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삼투성 설사는 몸에 흡수가 잘 안 되는 마그네슘, 인, 황 등으로 많이 섭취할 때 나타날 수 있다. 다음, 분비성 설사는 위장관 전해질 운반이상, 세균 감염과 염증이 원인이다. 지방성설사는 췌장의 효소 분비기능 저하로 일어난다.

크게 보면 만성설사는 수분을 흡수하는 대장 기능의 약화에 있다. 대장의 수분 흡수력이 떨어지면 장액의 분비가 늘고, 묽은 변, 점액성 변이 나오게 된다. 또 하복부의 불쾌감과 통증도 일어난다. 소화기관, 특히 장의 연동연하 운동력이 떨어지면 변의 수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한 채 배출된다. 정상 대변의 수분 함량은 70% 가량인데 비해 설사는 85%를 넘는다.

이는 인체에 습(濕)한 노폐물 증가와도 연관 있다. 이 경우 소화기관인 위장(胃臟)에서는 열(熱)이 증가하고, 비장(脾臟)은 허(虛)해지면서 기능이 떨어진다. 습과 열로 비위가 허하면 혈액순환도 어려워져 노폐물인 담음(痰飮)이 더 생성되는 악순환이 된다.

소화기관에 생긴 문제는 식습관 개선이 필수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과 불규칙한 식습관, 과음, 과식, 흡연이 만성설사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피로누적과 스트레스에 의한 자율신경 불균형도 위장 질환을 일으키고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만성설사 치료는 심신의 균형을 찾는 데 있다. 항진된 교감신경을 억제하고, 약화된 부교감신경을 강화하면 인체 균형이 유지된다. 자율신경 균형은 혈액순환 개선, 염증 감소, 대장과 위장 기능 강화로 이어진다. 위장과 대장의 기능은 심장과 간의 능력과도 밀접하다. 심장은 소화기관이 필요한 에너지를 혈액을 통해 공급한다. 또 간은 소화기관의 연동연하운동에 관여하는 근육을 관리한다. 소화운동의 핵심인 연동연하 운동은 심장과 간, 소화기관의 유기적인 움직임 때 효율적이다. 이는 또 자율신경의 균형이 전제되어야 한다.

만성설사는 심신의 내부 문제와 외부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완치가 가능하다. 증상 완화의 대증요법 보다는 소화기관 능력을 키워서 스스로 해결하게 도와주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한 치료과정에서 주로 쓰는 탕약은 장의 기운을 강화하는 건장탕, 장염 치료에 효과적인 사암 침법, 장 기능 강화와 기혈순환을 좋게 하는 뜸과 부항이 있다.

<글쓴이> 김영근

태원의학회 수석교수로 위맑음한의원 원장이다. 20년 넘는 기간 동안 만성 소화기질환 연구와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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