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공익을 해치는 ‘나쁜 거짓말’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공익을 해치는 ‘나쁜 거짓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3.13 13:13
  • 호수 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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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연구해 온 미국 심리학자 폴 에크만 캘리포니아대(UCSF) 명예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8분마다, 하루 평균 200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100% 동의할 순 없지만 누구나 하루에 몇 번씩 거짓말을 한다. 가령 사회초년생의 경우 출근길에 만난 서먹한 직장 상사가 형식적으로 던진 “아침 식사를 했냐”는 질문에, “안 먹었다”고 답했을 시 재차 들어올 추가 질문을 피하기 위해 “먹었다”고 한다. 또 서툰 업무로 상사에게 잔뜩 혼이 난 채 집에 들어와서 부모님의 “별일 없었냐”는 질문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답하는 경우도 그렇다. 이런 식으로 누구나 사소한 거짓말을 한다. 진실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용인되는 수준이다.

반면에 값비싼 거짓말도 있다. 2003년 개봉한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은 값비싼 거짓말의 유형을 보여준다. 내용은 이렇다. 동독의 열혈 공산당원이자 교사인 크리스티아네는 베를린 장벽 제거를 주장하는 시위대에서 아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그 충격에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 후 8개월 뒤 그녀는 통일 독일하에서 의식을 되찾게 된다. 아들 ‘알렉스’는 기뻤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엄마는 심장이 약해져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목숨을 위협받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엄마를 위한 알렉스의 거짓말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엄마가 사는 아파트를 과거 동독 시절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엄마가 찾는 동독 시절 오이피클 병을 구한다. 급기야 엄마를 위해 동독의 발전과 서방의 붕괴를 담은 TV 뉴스까지 친구와 함께 제작하기에 이르는 등 점점 거짓말의 규모가 커진다. 2005년 개봉한 한국영화 ‘간 큰 가족’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다. 통일이 돼야만 유산을 상속해준다는 아버지를 속이기 위해 자식들이 남한과 북한이 통일됐다는 거짓말을 꾸미는 이야기를 다룬다. 

두 영화는 주연들이 저지른 거짓말이 야기한 사건들을 통해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러한 거짓말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다. 

설 연휴 이후 두 달 가까이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는 확진자 몇몇이 저지른 거짓말로 대형병원이 폐쇄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아무리 인간이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해도, 상황을 판단해서 해야 한다.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범죄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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