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흙의 날
[디카시 산책] 흙의 날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20.03.13 13:40
  • 호수 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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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날

3월 11일, 

땅이 열심히 밀어 올리는 부력에 

깜짝 놀란 모란 꽃씨 하나

 

서둘러 낙하산 한 장을 펼쳐 놓았네


3월 11일은 흙의 날이다. 남녘에는 벌써 복수초와 산자고, 매화가 피고 봄맞이꽃은 봄의 전령들처럼 산과 들, 거리의 어디에서든 피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들썩이는 발밑을 보면 무엇인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땅이 제 몸의 열기를 한데 모아 그 힘으로 씨앗의 발아를 돕고 새싹은 그렇게 세상 속으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서양에서는 3월을 스프링(spring)이라고 한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뭇 생명들에게 딱 맞는 단어다. 죽은 것 같았던 나뭇가지에 몽글몽글 꽃눈이 터지고 아무것도 없던 흙더미 속에서 뾰족 새싹이 돋을 때면 한겨울을 건너온 투사들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지난 가을 모란 씨앗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지 않고 살아남아 잎 한 장을 펼쳐 놓았다. 저 잎은 무성하게 자라나 온갖 비바람을 견디며 마침내 아름다운 모란꽃을 피울 것이다. 봄이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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