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곧 다시 문을 열 대한민국을 위하여
[백세시대 / 기고] 곧 다시 문을 열 대한민국을 위하여
  • 장시종 충북 영동 양성리경로당 사무장
  • 승인 2020.03.13 13:43
  • 호수 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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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매, 할배들이 모여 때로는 소곤소곤, 때로는 왁자지껄 대화하며 늘 깔깔깔, 호호호 소리가 멈추지 않았던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 노인들이 매일 출퇴근하는 사무실이자 노후를 책임지는 든든한 보금자리였던 경로당이 문을 닫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위협에 그간 우리 경로당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챙기며 잘 대처해 왔지만,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결국 용단을 내렸다.

바이러스 전파가 언제 종식될지 몰라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없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폐쇄를 결정한 날, 우리는 사회가 빠르게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서로의 안전을 기원하는 식사를 하기로 했다. 

노인 세대가 어떤 세대인가. 일제강점기의 치욕과 한국전쟁이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도 살아남았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지 않았던가. 코로나19가 지병 하나씩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노인들은, 아니 대한민국은 반드시 또 한번 극복해 낼 것이라 믿고 미리 잔치를 하기로 한 것이다.

메뉴는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호화스럽지 않게 하되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꽁보리밥과 시원한 동태국을 곁들이기로 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그 맛이 절로 나는 만찬이었다. 하지만 회원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경로당이 문을 닫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달이 넘게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TV를 통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일꾼들을 볼 수 있었다. 몇 주 째 마스크를 쓴 간호사들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였다. 매일 확진자가 늘어나는 까닭에 보건당국과 의료진들은 정작 자신의 몸도 돌보지 못하고 방역과 치료에 몰두해야만 했다. 당장에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 켠이 따뜻해졌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젠가 코로나19는 반드시 종식된다. 다시 경로당을 넘어 대한민국이 활짝 문을 열 그날까지 모두 파이팅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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