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정년제도는 내로남불과 강자논리이다 / 최성재
[백세시대 / 금요칼럼] 정년제도는 내로남불과 강자논리이다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3.13 13:44
  • 호수 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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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나 기업주는

정년없이 계속 일하면서

종업원만 정년적용은 ‘내로남불’

능력 있으면 나이 관계없이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야

정년은 연령주의(ageism) 의식에서 나온 사회제도이다. 연령주의는 연령을 기준으로 노인 여부와 능력 및 자격을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령주의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고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되게 인식한 결과이다. 또한 생산성은 연령과 관계되는 부분은 적고 개인의 능력이나 특성(개인 차이)에 관계되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과학적 연구를 통하여 계속 밝혀지고 있다. 연령주의는 우리 사회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널리 퍼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주 심각한 편이다. 개인 특성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개인 의지와 노력으로 끊임없는 건강관리와 학습과 자기개발을 통해 직업능력이나 생산성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결과라 할 수 있고, 개인 특성은 개인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로 개인의 신체적 및 정신적 능력을 판단하는 연령주의에는 이중적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다른 말로 말하면 “내로남불”과 강자논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주나 경영주(CEO)의 평균연령은 60세를 넘었는데도 자신들은 계속 일하면서 일반 근로자는 60세가 넘으면 능력이 떨어진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하여 퇴직시키고 있다. 기업주나 경영주는 60세가 넘어도 능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고, 고용된 근로자는 모두 능력을 계속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모순된 논리이다. 기업주나 경영주 측에서는 “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일반 근로자와 다르게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은 나이에 관계없이 개인 특성상 능력이 있다는 논리인데 이는 개인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개인 차이를 인정한다면 왜 일반 근로자의 개인 차이는 인정하지 않는가? 아니면 기업주나 경영주는 천재이거나 유전적으로 특별한 사람들이라 일반 근로자와 전혀 다르기 때문인가? 몇 사람은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거의 전부가 천재라든가 유전적 특성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과 강자논리가 아닌가? 

정년을 법적으로 정하는 입법부 국회의원,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행정부의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고위 공무원, 법 집행을 판단하는 사법부의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생각해 보자.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3분의 1을 훨씬 넘고,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 사법부의 주요 정책 결정자 중에 60세 이상인 사람들이 많다. 연령주의 논리에 따른다면 나라의 운명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나이 60세를 넘었는데 이들이 과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건국 이후 대통령, 정치인, 고위 정책 관료들이 60세를 넘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이끌어온 우리나라는 위험천만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정부 내에서도 소속과 직책에 따라 아예 정년이 없거나 정년이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연령제한이 없다. 공공기관(공기업 포함)의 장도 연령제한이 없다. 사법부의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정년은 70세이고 판사는 65세이다. 그런데 이같이 정년을 두지 않거나 정년을 각각 다르게 판단하여 법으로 규정하는 국회의원,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고위 정책관료들 자신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이 있고, 일반 공무원은 60세 넘으면 일률적으로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데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필자는 지난 금요칼럼을 통해 65세 정년의 판단은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말한 바 있고,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령주의를 배격하는 입장에서 정년을 폐지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연령주의와 이에 근거한 정년제도는 모순되고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일 뿐 아니라 비합리적인 내로남불과 강자논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잘못된 생각과 태도가 널리 퍼져있고 국민들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다.

60~70대의 많은 사람들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능력과 생산성을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무능력자로 매도당하고 있다. 능력이나 생산성은 연령이 아니라 개인적 특성이 훨씬 더 크게 영향을 미침을 자각하고 사회 전체가 정년제도를 속히 폐지하고 능력주의 고용제도 인사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혁신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개인차를 인정하는 능력주의는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이루는 기초가 된다. 젊은이도 고령자도 능력 없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물러나고, 능력 있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능력주의 고용제도는 청년고용을 가로막는 비현실적 주장이 결코 아니다. 우리 앞에 빠르게 밀려오는 고령화의 파고를 비합리적인 정년제도를 고수하면서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지 고령화 사회를 오랜 동안 연구해온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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