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디지털 문해력이 중요해진 세상 /이호선
[백세시대 / 금요칼럼] 디지털 문해력이 중요해진 세상 /이호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0.03.20 14:26
  • 호수 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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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넘는 분들이 유튜브 즐기고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노인이 

많이 늘어나 걱정일 정도

무엇이 가짜뉴스고 진짜인지

구별하는 디지털문해력 키워야

지금 이 글을 종이신문으로 읽고 계신가요,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읽고 계신가요? 스마트폰 자주 쓰시나요? 유튜브 하시나요? 카카오톡으로 송금도 하시고요?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우리의 일상과 연결, 그리고 금융 생활도 달라지고 있다. 심지어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만 3세 이상 69세 이하 인터넷 이용자 2만 8592명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 유아․아동이 2.2% 늘어났고 2위로 노인층이 2%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청소년의 0.9%나 성인의 0.7%와 비교해보면 가파른 속도라 할만하다. 노년은 이제 사용을 넘어 스마트폰 과의존을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다.

과대사용에 대한 안내문이나 스마트폰 과의존 해소를 위한 교육보다는 아직은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해 전국적으로 휴대폰사용법 교육이 증가하고 있는바, 인터넷 시니어 월드는 아직 디지털 교육의 사각지대이기도 하나 동시에 모든 콘텐츠의 블루오션이라 할만하다. 

놀랄 만큼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연락과 정보의 주요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시니어들에게 신문·방송과 같은 오랜 매체보다 월 20억 명이 매일 10억 시간을 시청한다는 유튜브가 일상 속의 새 친구가 되었다. 광고 에이전시 위아플린트(Weareflint)의 조사에 의하면, 75세 이상 노인 인터넷 사용자의 51%가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더해지며, 노년의 눈은 과거를 떠난 지 오래다.

가짜뉴스에도 노출되고, 사기성 유튜버들과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노년들에게 디지털 세상은 신년의 기쁨을 공유하고, 정보의 세대 치중을 막으며, 디지털 시대의 핫한 콘텐츠 주인공이 되며 시대의 창이 되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처럼 방송을 하지 않더라도, 보는 기쁨이 동영상으로 만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학습의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위로의 공간이 되며 취미를 엮는 장소가 되었다. 집에 들어가야 볼 수 있던 대중매체 정보를 와이파이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날씨며, 뉴스, 음악, SNS 등 원하는 내용을 어디서나 아무 때나 확인할 수 있으니 놀라움으로 말하자면 풍요의 뿔이요, 고마움으로 말하면 좋은 선생님이다.

글을 처음 배울 때의 짜릿함을 생각해보면, 읽고 쓰는 문해 능력이 있는 세대의 잘난 척이 그렇게 서러웠고, 계약서 한 장 쓰려면 사람에 돈까지 쓰면서 간신히 마무리했다. 부끄러움에 글 모른다는 말 못 하고 살아온 세월이 길었던 분들에게 글은 세상을 보게 하고 인생의 새 문을 여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몇 바이트니, 몇 기가니 하며 알지도 못하는 단위를 쓰며 청년들의 생애 성장터였던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할 줄 몰라 절절매던 시절에서 벗어나 ‘나도 할 줄 안다!’라고 선언하던 그 순간이 얼마나 가슴 벅찼던가! 그리고 이제 노년의 디지털은 한여름 청년의 서핑처럼 파도를 일으키며 콘텐츠 소비공간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글을 안다고 명문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모바일을 사용한다고 스마트한 소비자가 되는 것 아니다. 경험이 모두 스펙이 아니라 핵심적이고 일관성 있는 주제 경험들이 스펙이 되듯, 디지털 세상에서 글 읽기와 글쓰기를 배웠다면 이제 좋은 정보를 골라내고 내게 필요한 적확한 정보들을 선별하는 힘도 필요할 텐데, 이를 디지털 문해력 또는 디지털 리터러시, 미디어정보독해력이라고 부른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0%이고 짧고 자극적인 글들과 눈을 잡아끄는 영상들이 가득한 디지털 밀림 속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디지털 문해력은 엄청난 양의 소식 중에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별하게 하고 깊이 있는 읽기를 가져다준다. 특히 카톡 등 SNS를 통해 우리에게 오는 정보 중 이익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 형식을 취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경우 콘텐츠의 사용자가 자칫 피해자가 되거나 유포과정에서 가해자가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낮추는 데도 기여한다. 마치 고전이 우리에게 주었던 그 힘처럼 우리 안쪽의 정서와 지식의 필터 역할을 하는 디지털 문해력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정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정보출처 확인이다. 공인된 언론사인지, 뉴스제공사의 목적과 기자명 및 이메일 주소를 확인하자. 둘째, 최신 뉴스인지 내용과 날짜를 확인하여 과거 사건이 최근 사건과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자. 셋째,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표현의 과장 혹은 공식기사에 적절하지 않은 격한 표현들이 있는 경우 기사 제목과 내용을 의심해보자. 넷째, 해당 뉴스 관련 다른 뉴스를 선입견 없이 검색하여 비교해보자. 다섯째, 내용의 논리정연함과 정확한 발언자 인용, 근거와 출처가 분명한 자료라야 믿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주인공은 정보를 읽는 자가 아니라 선별하여 취할 수 있는 자라 할 텐데, 이제 정보의 제공자이자 동시에 정보의 주요 소비자로 자리 잡은 노년들의 빛나는 혜안이 노년의 참여적이고 창조적인 미디어 세계를 더 값지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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