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부산진구지회 소속 동원사랑나눔클럽 “부산서 제일 먼저 반찬배달…홀몸 어르신 우리가 지켜”
대한노인회 부산진구지회 소속 동원사랑나눔클럽 “부산서 제일 먼저 반찬배달…홀몸 어르신 우리가 지켜”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3.20 15:52
  • 호수 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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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부산진구지회 소속의 동원사랑나눔클럽 회원들이 경로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형편이 어려운 5가구에 한 달에 한 번씩 보름치 반찬을 전달한다.
대한노인회 부산진구지회 소속의 동원사랑나눔클럽 회원들이 경로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형편이 어려운 5가구에 한 달에 한 번씩 보름치 반찬을 전달한다.

식당 했던 80세 어르신 등 20명, 지난 6년간 땀 흘려 

작년 성과보고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우수상) 수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물 한 잔 받아 마실 때 보람을 느낀다.”

대한노인회 부산연합회 부산진구지회(지회장 윤종문) 소속의 동원사랑나눔클럽 성순자 회원(72)이 하는 말이다. 

이어 “한 여름에 오전 내내 반찬을 만들어 땀을 뻘뻘 흘리며 홀몸 어르신 댁을 찾아갔을 때 ‘고맙다’며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어르신이 건네주는 물 한 잔을 마시는 순간 힘든 것을 잊는다”고 덧붙였다.

2014년 조직된 이 클럽은 부암3동에 위치한 동원부녀경로당(회장 손춘자·80) 회원 20여명으로 구성됐다. 60대 초반부터 많게는 80세 여성 어르신들이 ▷반찬배달 ▷홀몸어르신 말벗해드리기 ▷환경정화 등의 봉사를 해오고 있다. 

손춘자 회장은 클럽을 만든 배경과 관련해 “경로당에서 함께 점심을 만들어 먹던 어느 날 ‘우리가 손맛도 있고 이걸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궁리 끝에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만들어드리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김복임(65) 클럽 코치는 “클럽 운영비 20만원으로 전날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다가 아침 일찍부터 경로당 거실과 빈 공간에 둘러 앉아 잡채, 코다리무침, 제육·멸치볶음 등을 만든다”며 “한 달에 한 번 보름치 반찬을 만드는 날은 경로당이 음식 냄새로 가득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88서울올림픽 때부터 지역봉사를 해온 김 코치는 대한적십자사의 자원봉사자로 이불빨래를 비롯 재난복구현장을 찾아다니며 땀을 흘리는 ‘베테랑 봉사자’이다.  

김숙자(80) 회원은 “과거 식당을 15년간 해봐서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게 요리”라며 “가족을 위한 반찬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 한다”고 말했다. 김 회원은 자신은 반찬만 만들고 배달은 젊은 노인들의 몫이라며 웃었다.

이 클럽은 주민센터를 통해 소개 받거나 이웃을 통해 알게 된 5가구에 반찬을 제공한다. 자녀가 있으나 왕래가 없는 노인, 장애인 아들과 함께 거주하는 노인, 거동이 불편한 90세 노인 등 하나같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이다. 이들은 전기밥통에 밥을 해놓고 클럽 회원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한 홀몸 어르신은 “맛있게 만들어준 반찬 덕분에 끼니 해결에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다”며 고마워 했다.

김복임 코치는 “우리가 열심히 만들어 가지고 가면 어느 분은 ‘반찬 종류가 다양해 내 생일상 보다 더 좋다’며 아주 좋아하시고, 또 다른 분은 ‘반찬을 만들어본 지가 너무 오래돼 요리하는 법도 잊었다’는 말씀도 하신다”며 “봉사를 하면 기분이 즐겁고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클럽 회원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봉사의 끈을 놓지 않는다. 경로당이 휴관하자 이들은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방역의 전선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 김복임 코치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2인1조가 돼 부산시청 2층에서 오전, 오후 3~4시간씩 열감지기로 주민들 체온을 측정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윤종문 부산진구지회장은 “부산에서의 반찬배달 봉사는 우리 지회가 가장 먼저 시작해 다른 지회로 파급됐다”며 “동원사랑나눔클럽은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2019년 노인자원봉사 성과보고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우수상)을 수상했다”고 소개했다.

부산진구지회는 동원사랑나눔클럽 외에도 롯데클럽이 반찬배달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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