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중 대한노인회 서울 도봉구지회장 “봉사 원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65세 아니라도 특별회원 영입”
고두중 대한노인회 서울 도봉구지회장 “봉사 원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65세 아니라도 특별회원 영입”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3.27 14:22
  • 호수 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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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9년 연속 취업우수기관,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우수기관 선정 

매일 경로당에 나가 노인학대·치매예방·교통안전 등 교육 “반응 좋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앉아서 얘기할 시간도 없다.”

3월 23일, 서울 도봉구 노해로에 위치한 도봉구지회에서 만난 고두중(78) 도봉구지회장은 “예년 같았으면 지금 일자리 신청으로 사무실이 바쁘게 돌아갔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 도봉구지회는 작지만 강한 조직이다. 지난해 노인일자리 수가 1044명에 달했다. 민간취업 부문이 무려 600명이다. 2018년 4월 재임한 고두중 지회장에게서 6년여 역점을 둔 사업과 과거 전성기 삶을 들었다. 

-경로당에 코로나 피해는 없는지.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스페인을 다녀온 대학생이 확진자로 밝혀지면서 확진자가 3명이 됐다. 타 지역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도봉구는 방역이 잘 되는 편이다. 메르스 사태 때도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근황은.

“예년 같았으면 지금 경로당에 있을 시간이다. 오전, 오후로 나눠 교육을 나간다. 오후에 두 곳을 들를 적도 있다.”

-무슨 내용의 교육인가.

“노인학대, 치매예방, 교통안전 등 세 가지 주제와 관련해 경로당 회원들에게 정보도 전하고 실천 요령도 안내한다. 회원들의 반응이 좋다.”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지회장들은 지역봉사지도의 하나로 고 지회장처럼 경로당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고 지회장은 “보건소, 경찰서와 업무협약을 맺고 제가 자문위원이 돼 한 달에 24회 교육을 나간다”고 밝혔다.

-치매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경로당 회원들에게 꼭 강조하는 게 최소한 일 년에 한번 치매검사를 받으시라는 것이다. 보건소마다 있는 치매센터에서는 치매검사를 비롯해 모든 것이 무료이다.”

이어 “귀찮다며 (치매센터에)가기 싫어하는데 그런 경우 경로부장이 치매센터와 날짜를 조율해 센터의 간호사가 경로당을 방문해 치매검사를 해주기도 한다”며 “우리나라의 노인의료 분야는 참 잘 돼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학대 실상은 어떤가.

“가족들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노인이 생각 외로 많다. 특히 학대하는 이의 70%가 아들이다. 우리 사무실에 노인학대 신고센터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지회를 비롯해 경찰서, 주민센터에서 노인학대 신고를 받는다.”

-신고를 안 하는 노인들이 많다는데.

“지회에 전화를 걸어와 자기가 매를 맞아 피를 흘리고 있다며 다급하게 도와달라고 한다. 우리가 ‘어디냐’고 물으면 주소를 얘기한다. 그런데 때린 사람의 이름을 대라고 하면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순간 정신이 들어 자식에게 해가 갈까봐 입을 다무는 것이다.”

-지회장 6년째이다.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을 텐데.

“도봉구지회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처음 왔을 때는 노인일자리란 것이 없었다. 지금은 노노케어, 중식도우미, 재능나눔 등 합쳐서 1044명에 달한다. 특히 취업지원센터장이 부지런히 뛴 결과 전국에서 세 번째에 들 정도로 커다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고두중 서울 도봉구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고 지회장 오른쪽이 하석삼 취업지원센터장.
고두중 서울 도봉구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고 지회장 오른쪽이 하석삼 취업지원센터장.

도봉구지회 취업지원센터는 대한노인회 중앙회로부터 9년 연속 취업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대한노인회에선 유일하게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서비스우수기관으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한석삼 취업지원센터장은 “2015년에 고용서비스우수기관 3년 인증을 받았고 최근에 다시 재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센터장은 복지부장관상 수상(2012년), 취업왕(2015년) 등 경력이 화려하다.  

-성과의 비결이라면.

“옆에서 봐도 감탄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 구인처 발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워크넷’·‘인크루트’ 같은 인터넷 취업사이트의 일자리 공고를 살핀 후 전담자와 연락을 취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맞춤 인력’을 소개하는 식이다.”

고 지회장의 임기 중 또 하나의 업적이라면 노인회관 마련이다. 현재 도봉구지회는 도봉구 시설관리공단 건물 4층에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고두중 지회장은 “선거 공약으로 노인회관 신축을 내걸고 여러 경로를 통해 독립회관 신축을 부탁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박원순 서울시장께서 특별히 부탁을 들어줘 중랑천 부근에 5층(600여평) 규모의 건물을 짓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이 건물의 4·5층을 지회가 사용할 계획이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다 구비해 생활에 불편하지 않지만 일부 경로당은 협소하다. 전체 135개 경로당 중 구립이 약 35개, 나머지가 사립경로당(아파트)으로 구립은 구청에서 냉·난방비가 지원되는 반면 사립은 그렇지 못하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지회가 나서서 구의원 등을 통해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회원도 많이 늘었겠다.

“현재 회원이 8000여명으로 경로당에 플래카드를 거는 등 회원배가운동을 했다. 복지부가 권고한대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봉사를 하고 싶다면 65세가 안 되더라도 특별회원으로 받아주고 있다.”

서울 도봉구 인구는 33만2000여명, 노인은 7만여명이다. 창동 일대는 과거 석재·방직·염색공장 등 큰 공장들이 많았던 곳이다. 도봉구에서 노원구, 강북구가 분구해나갔다. 현재 강북구청 건물이 원래 도봉구청이 쓰던 건물이었다. 

고두중 지회장은 중앙산업 토목과, 미8군 의정부지역 시설대대 토목과장을 지냈다. 방학1동 경로당 회장(5년)을 거쳐 2014년 4월, 도봉구지회장에 선출됐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39년간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다 퇴직하고 여생을 봉사하며 보내기로 했다. 산악회 활동 중 알게 된 경로당 회장의 권유로 집 근처 방학1동 경로당에 나가게 됐고 그곳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고 지회장은 65세의 젊은 나이에 경로당 회장을 맡았다. 나름 열심히 봉사한 덕에 서울시 우수경로당으로 선정돼 상금(1000만원)을 받았다. 도봉구청도 안마의자 두 대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고 지회장은 “전임 지회장의 권유도 있고 기왕이면 지회장이 돼 뭔가 이뤄야겠다는 생각에서 지회장 선거에 나섰다”고 기억했다.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며 느낀 점은.

“그들의 환경보호와 절약정신은 배울 만했다. 우리가 자동차 폐오일을 하수구에 그대로 버리던 시절 그들은 폐오일 처리를 철저히 했다. 근무자가 사무실을 비울 때는 반드시 전등을 끄더라.” 

고두중 지회장은 인터뷰 끝에 노인의 바람직한 처세를 묻자 “노인은 각자 집에서는 어른이지만 나와서는 모두가 똑같은 노인”이라며 “경로당에 나와서도 나이가 적은 노인에게 하대하고 심부름을 시키거나 대접 받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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