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음식 이름 유래…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로 이름 붙여진 ‘굴비’
흥미로운 음식 이름 유래…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로 이름 붙여진 ‘굴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3.27 14:56
  • 호수 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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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골에 부침개 장수가 많아 ‘빈대떡’… 총각의 머리채를 닮아 ‘총각김치’      

오락가락하는 마음 담긴 ‘도루묵’… 선농단에서 먹은 고깃국이라 ‘설렁탕’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우리가 즐겨 먹는 여러 음식의 이름 중에는 흥미로운 유래를 가진 것들이 있다.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유래를 알면 식탁이 이야깃거리로 풍성해질 수 있어 소개한다.

◇굴비=조기에 소금 간을 해서 말린 생선을 가리킨다. 적당히 짭짤하면서도 풍미가 뛰어나며 속살이 촉촉하고 쫀득해 식감도 일품이다. 그렇다면 조기를 말린 생선 이름이 어쩌다 ‘굴비’가 됐을까? 

굴비의 어원은 고려 중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예종, 인종 두 임금의 장인으로 권력을 휘둘렀던 이자겸은 권력다툼에 밀려 전라남도 영광군으로 유배됐다. 법성포에서 조기 맛을 본 이자겸은 조기를 개경에 있는 인종에게 진상하면서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진상품에 ‘비굴’의 글자를 바꾼 ‘굴비’라는 이름을 붙여 올렸다고 한다. 비록 귀양을 왔지만 자신의 뜻만큼은 굽히지 않고 살겠다는 비장한 의미가 담겨있는 음식이다. 

◇빈대떡=시장 음식 중 빼놓을 수 없는 별미가 바로 ‘빈대떡’이다. 녹두를 갈아 돼지고기 등을 넣고 기름에 노릇하게 구워 낸 빈대떡은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아주 풍미 있는 음식이다. 빈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빈대떡의 유래는 지금 서울의 정동 덕수궁 뒤편을 가리키는 예전 빈대골에 부침개 장수가 많아 빈대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유래가 있다. 또한 중국의 콩가루떡인 알병의 ‘알’자가 빈대를 뜻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와전돼 빈대떡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는 풀이도 있다.

◇총각김치=어린 무를 무청이 붙은 채로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려 담근 김치를 말한다. 여기서 ‘총각’이라는 이름은 작고 길게 늘어진 무청이 마치 총각의 머리채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총각김치의 총각은 한자어로 ‘總角’이다. 모두라는 뜻을 가진 총(摠)은 본래 ‘상투를 튼다’는 의미를 지녔으며, 각(角)은 ‘뿔’을 나타내 조선 시대 남성이 상투를 틀기 전 머리를 두 갈래로 나눠 양쪽에 뿔 모양으로 동여맨 모양을 의미한다.

◇숙주나물=녹두 싹을 틔워 기른 것을 데쳐 무친 나물로 녹두나물이라고도 하며 추석에 즐겨 먹던 음식이다. 또 가장 빨리 상하는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신숙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집현전에서 훈민정음 창제에 기여했던 신숙주는 문종 왕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저항했다가 처형된 사육신과 달리 수양대군을 도와 왕위찬탈에 기여했기 때문에 변절자로 낙인 찍혀 백성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이에 녹두나물이 변절한 신숙주처럼 잘 상한다며 ‘숙주’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도루묵=제철의 ‘도루묵’은 먹으면 입안에서 알이 톡톡 터져 특유의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비린내가 거의 없고 살이 연하고 담백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선이다.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조선 14대 임금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인해 떠난 피난지에서 ‘묵’(목어)이란 이름의 생선 맛을 보면서부터였다. 처음 먹어 본 묵은 별미였다. 선조는 “이렇게 맛있는 생선의 이름을 ‘묵’이라 부르는 것은 너무 초라하다”면서 ‘은어’라는 이름을 내렸다. 훗날 선조는 환궁해 피난처에서 먹었던 은어 맛이 생각나서 이를 상에 올리게 했다. 궁궐 산해진미에 빠져 있던 선조의 입맛에 그 맛이 변변할 리 없었다. 이에 선조는 “도로 묵이라고 해라”고 명했다. 그래서 ‘도로 묵’, 지금의 ‘도루묵’이 됐다는 설이 있다.

◇샌드위치 = 빵과 빵 사이에 햄과 치즈, 야채 등을 끼워서 함께 먹는 ‘샌드위치’는 18세기 중반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이 카드놀이에 빠지는 바람에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빵 속에 고기를 끼워 넣은 것이 유래가 됐다. 이에 샌드위치(Sandwich)란 음식은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샌드위치가 미국의 대표 음식이라고 흔히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영국인이 탄생시킨 세계적인 음식인 것이다. 

◇만두= ‘만두’는 고기와 야채가 밀가루 반죽에 싸여 있는 중국음식으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의 이야기를 통해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제갈량이 정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강가에서 심한 풍랑을 만난다. 이에 사람들은 당황한 제갈량에게 강의 신이 노한 것이 분명하니, 49명의 머리를 베어 신께 받치라고 말한다. 무고한 생명을 죽일 수 없었던 제갈량은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은 뒤 밀가루에 싸서 사람 머리 모양처럼 만들어 제사를 지낸 후 강을 무사히 건넜다. 사람 머리로 원혼들을 속였기 때문에 속일 만(瞞)자와 음이 같은 만(饅)자를 써서 이 음식을 饅(만두 만), 頭(머리 두)라 했다고 전해진다.

◇임연수=사람 이름이 생선명으로 굳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과거 함경북도에 임연수(林延壽)란 어부가 바다에 나가기만 하면 이 고기를 많이 잡아왔는데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소금구이를 하거나 튀기면 껍질 맛이 일품이어서 주위에 “임연수가 낚은 고기”라고 전해지다가 그의 이름이 아예 생선명이 됐다는 설이다. 

◇설렁탕=소뼈를 고아서 만든 것이 설렁탕이다. 설렁탕의 유래는 조선시대 때 왕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던 선농단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제사를 지낸 후에 제물로 바쳤던 소를 잡아 끓여서 함께 나눠 먹었던 것이 설렁탕이었기 때문이다. 성종실록에도 임금이 선농단에 제사를 지낸 뒤 백성들과 함께 음복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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