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쇠나무 숲
서울 청량리역 앞 광장에는 은빛 밴드를 몸에 두른, 이색적인 쇠나무 숲이 들어서 있다. 저들을 보니 바로 고려가요 ‘정석가’가 떠오른다.
무쇠로 소를 만들어 쇠풀이 있는 산에다 갖다놓고는, 저 쇠소가 쇠풀을 다 뜯어 먹은 후에야 님을 여의고 싶다는 그런 불가능을 보인 상상의 노래 말이다. 그런 상상이 오늘 저런 작품을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저들은 이파리 하나 없이도 수백 년을 살 것이고, 숨을 쉬지 않고도 몇 천 년은 꿋꿋이 버틸, 매우 굳센 근육질의 사나이들이다. 문득 아래의 시상이 떠올랐다.
청량리역 광장에 우뚝한 쇠나무 숲
더위 추위 모르는 근육질의 저 사나이들도
잎 피는 새 봄이 오면 속앓이를 할 테지.
삭막했던 청량리역 광장에 유명 조각가들(최기석, 이재효, 박종흠)의 작품이 설치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관광명소로 변신했다. 특히 이재효 조각가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15개의 나무는 자연적인 숲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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