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작은 습관이 큰 결과를 만든다 /신은경
[백세시대 / 금요칼럼] 작은 습관이 큰 결과를 만든다 /신은경
  • 신은경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4.03 13:54
  • 호수 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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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스쿼트, 유튜브 성경낭독 등 실천

아주 작은 습관도 꾸준히 모이면

몇 년 후에 상상 이상의 힘 발휘

이 터널을 지난 뒤가 기대 돼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지 벌써 두 달가량 되어간다. 학교, 모임, 직장, 외식, 놀이. 모두 거리를 두어야 할 일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거리, 즉 가족 간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거리는 더더욱 가까워졌다. 그동안 바쁜 생활 탓에 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각나 이참에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작은 전구를 몇 개 켜보자는 생각으로, 집에서 아주 작은 일들을 시작했다.

그 첫째는 ‘스쿼트(Squat) 1000개의 기적을 이루어 보자’였다.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일어나는 이 운동은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동작이다. 한꺼번에 1000개를 하는 것은 아니고, 하루에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천 개를 모아보자는 것이다. 1000! 뭐가 돼도 될 것 같은 숫자다.

우선 작은 독서 카드에 표를 만들었다. 매일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저축하듯 모아 적어나갔다. 처음엔 한 번에 10개 정도 겨우 했다. 하루에 아무 때라도, 몇 번이라도 좋으니, 시행한 대로 적어 넣었다. 부지런히 실천한 날은 100개까지 모았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한 번에 20개씩을 할 수 있게 되었고, 2주일가량 지났을 때, 드디어 1000개가 되었다.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천 번씩 두 번을 이뤄냈고 세 번째 천 개에 도전 중이다. 이제는 한 번에 30~40개도 가능하다.

또 한 가지는 성경낭독 유튜브를 시작한 것이다. ‘신은경TV’ 라고 이름 지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하루에 한 편씩 10분 정도, 성경을 낭독해 올린다. 평일에 매일 하나씩, 일주일에 다섯 편을 만든다. 보름째 하고 있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애써 한 편 업로드 하고 돌아서면 또 다음 편 올릴 차례가 된다. 하루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는 뜻이다. 구독자가 아직 200명 정도라 갈 길이 멀지만 이 또한 천천히 꾸준히 해서 성경 통독을 해볼 생각이다. 

세 번째로 날마다 하고 있는 것은 매일 다이어리에 한 바닥씩 일기 쓰기이다. 처음엔 코로나19 때문에 방역 일지처럼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일기 쓰듯, 무얼 먹었는지, 어디서 먹었는지, 어딜 방문했는지, 누굴 만났는지. 그런 걸 썼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뭐 하러 기록하나 싶지만, 이 또한 소중한 일상이니 기록하길 참 잘한 것 같다. 

이렇게 작은 습관이 얼마나 유용하고 중요한지는 많은 사람에 의해 강조되고 삶에서 증명되고 있다. 자기계발 강연자인 작가 제임스 클리어는 유망한 고등학교 야구선수였다. 연습 중 친구의 손에서 미끄러져 날라 온 야구 배트에 맞아 얼굴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절망 가운데 작은 시작으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낸다. 그의 책 ‘Atomic Habits,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그는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때, 조금씩 시도한 일, 글자 그대로 원자 크기 만한 아주 작은 일들이 삶을 바꿨다고 말한다. 이렇게 아주 작은 습관들이 꾸준히 모이면 비록 그것이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이라도 몇 년 후 상상할 수 없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고 증언해 준다. 일 년에 1%씩 발전하기만 해도 성장이 대단할 텐데, 이 성장과 발전은 복리로 늘어난다고 하니 말이다.

더 나은 습관을 위해 제임스 클리어는 네 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즉, 결심이 분명해야 하고, 매력적이어야 하며, 쉬워야 하고,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몰아서 1시간을 하는 것보단 매일 10분간 꾸준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새로운 습관을 시작할 때 2분 이하로 하고, 거창하고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예를 들면 달리기를 해야지 보다는 운동화 끈을 묶는다든가, 요가를 해야지 생각하면 요가 매트를 깐다는 식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행동과학자 비제이 포그 박사 또한 ‘Tiny Habits (작은 습관)’라는 책에서  체계적으로 행동을 디자인해 쪼갠, 지극히 작은 행동이 연속성을 가지고 쌓이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사람의 행동 변화는 하고자 하는 동기와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즉각 실천하는 것이 합쳐질 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의사항은 노력 금지, 고통스러운 것은 절대 하지 말고, 30초를 초과하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어두운 터널 안에 작은 전등을 켜듯 작은 습관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내 생활에도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두 달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나는 말할 것이다. 어떻게 그 터널을 지나왔는지, 어두운 터널, 지루한 터널이었지만, 그러나 보람 있는 터널, 희망이 있는 빛나는 터널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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