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내 나이 겨우 여든
[백세시대 / 기고] 내 나이 겨우 여든
  • 서상옥 시인.수필가
  • 승인 2020.04.10 13:40
  • 호수 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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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도 벌써 여든이다. 장장 2만9200일을 넘게 살아왔다. 심장은 315억3600만 번이나 고동을 멈추지 않고 뛰었다. 진정으로 내 영혼을 보듬어온 육신에 감사한다. 푸른 바다 파도소리와 아름다운 산새소리, 하늘에 떠 있는 푸른 별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희망의 꽃망울을 피워 낼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세월의 강나루에서 끝없는 자연의 숨결을 헤아려 왔다.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에서 곶감 이야기를 듣던 그 시절. 골목길을 누비던 장난꾸러기는 토담집 연돌에 하얀 연기가 피어 올 때까지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마냥 뛰어놀았다. 만국기가 펄럭이던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리는 날, 청백으로 다투어 뛰놀던 추억도 새록새록 난다. 전북 익산의 만경강 언덕을 오르내리며 고등학교에서 진리를 탐구하던 꿈 많은 시절도 기억난다. 설악산 미시령에서 총대를 메고 전선야곡을 부르며 충혼을 불태우던 추억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용광로처럼 뜨겁게 타오르던 사랑도 청춘의 꽃이 됐다. 다만 사랑은 결코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은 술렁거리고 있다. 마음은 언제나 청춘 아니던가. 사랑의 열매들도 아름답게 자라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희망이란 눈 뜨고 있는 꿈”이라고 했다. 희망이 있어야 꿈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리라. 인생은 일장춘몽이라 하지만 사실은 희망의 언덕을 찾아가는 긴 여행이 아닐까. 미래는 꿈꾸는 자의 몫이라 믿는다.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는 70이 넘어 대작 ‘부활’을 완성했으며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쓰기 위해 늙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나 역시 저물어 가는 인생의 뒤안길에 서성이다 배우면서 익히는 삶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희망을 거는 것은 실망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그것이 노년의 보람이라고 생각된다.

황혼의 불타는 노을빛에 영혼의 노래를 불러보았다. 말없이 떨어지는 가랑잎 사이로 흩어지는 시혼을 느꼈다. 그야말로 신비로운 자연의 숨소리를 들어보았다. 그리고 깊은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 지난날 생의 흔적들로 시와 수필이라는 알찬 열매로 맺었고 명예로운 등단의 영광을 안았다. 

죽는 날까지 희망의 글밭에 시와 수필을 가꾸면서 마지막 생의 보람을 찾고자 한다. 열정을 가지고 산다면 일생의 빛을 얻으리라! 이제는 ‘내 나이 벌써 여든’을 바꾸어 내가 나를 잊을 때까지 배우고 익히며 살아가련다. 내 나이는 겨우 여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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