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코로나19 사태의 교훈 /서상목
[백세시대 / 금요칼럼] 코로나19 사태의 교훈 /서상목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4.10 13:43
  • 호수 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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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료진의 뛰어난 경쟁력과

진단키트를 발빠르게 개발한 

바이오기업들의 역량도 입증

높은 시민의식도 확인됐으나

해외 차단에 미온적인 점 아쉬워

우리는 정전이 되어 냉장고가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서야 비로소 전기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이 이번 코로나19라는 큰 시련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 중요한 것 다섯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공동체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기본 대책은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다. 언제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악수도 하지 말아야 하며, 친구와 친지들과 모임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러한 일상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몇 달 동안 지속하니, 우리가 평소 고마움을 모르고 있던 ‘공동체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일찍이 미국 심리학자 마슬로우(Maslow)는 의식주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가 해결된 다음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소속감(belonging)’과 ‘사랑’을 꼽았다.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어울리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둘째, 국경 폐쇄와 교류 단절로 야기된 전 지구적 차원의 경제 위기를 지켜보면서 세계화가 오늘날 경제발전의 핵심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특히 지금처럼 국가 간 교류가 원활치 못할 때, 한국과 같이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는 동맥경화증으로 혈액순환이 어려운 환자와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는 한국경제의 개방성은 유지하되 거래선을 다변화함으로써 해외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적극 구사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셋째, 최근 발생한 마스크 대란 사태는 계획경제의 한계와 시장경제의 상대적 우월성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마스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품목 중 하나에 불과한데 정부가 공급을 관장하면서 불과 마스크 두 장을 사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는 한심한 일이 생겼다. 평소 같으면 생필품도 아닌 마스크가 시장이 붕괴되면서 수급이 원활치 못하게 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모든 재화의 수급을 정부가 직접 관장하는 계획경제는 비효율로 인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넷째,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 의료진과 의료산업의 뛰어난 국제경쟁력을 확인하게 되었다. 특히 의료시스템이 부실한 이란, 스페인,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최강의 의료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큰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대구시에서도 중국 후베이 시와 같은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태를 조기 수습한 것은 의료진의 뛰어난 능력과 헌신의 결과라고 판단된다. 이에 더해, 발 빠르게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이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한국 의료 관련 회사들의 높은 기업가정신에 한국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번 사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바이오 산업부문에서 한국의 발전 역량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실감 나게 했다. 

끝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심각한 위기상황에서도 대구 시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당국의 지시에 협조하면서 서로 돕고 견디는 협동심과 인내심으로 위험국면에서 조기에 벗어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으로 대규모 탈출 행동은 물론 한 건의 폭력 사태도 발생하지 않음으로써 정부 차원의 봉쇄 조치나 긴급명령권 발동 없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도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성숙된 시민의식 그리고 의료진과 관련 산업의 뛰어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은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사태 수습에 ‘충분한’ 조치를 ‘적시에’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발원지인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조치를 단행한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 비해 많은 발병자가 생겼고 그 대가를 호되게 치르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지로 확산되어 크게 번창하는 현시점에서도 이들 국가로부터의 입국자를 차단하지 않음으로써 방역 체계에 과부하를 줌은 물론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을 안게 되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전문적 견해보다는 비전문가의 정치외교적 판단이 우선시된 결과라고 생각되는바,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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