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원장의 만성 소화기질환] 7. 만성변비와 인체의 허실 치료
[김영근 원장의 만성 소화기질환] 7. 만성변비와 인체의 허실 치료
  • 김영근 원장
  • 승인 2020.04.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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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질환은 만성으로 되기 쉽다. 김영근 위맑음한의원 원장이 위장 등 소화기질환 극복법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배에 가스가 차 있다.” “아랫배가 묵직하고 답답하다.” “배가 몹시 거북하고 아프다.” “화장실에서 오래 앉아 있어도 변을 보지 못한다.” 이는 변비(便祕)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이다. 변비는 전체 인구의 20% 정도가 증상을 호소한다. 노년과 여성에게 발병 비율이 높은 변비는 배변을 제대로 못 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다.

흔히 3일이나 4일에 고작 1회 정도 배변하거나 1주일에 3회 미만 변을 보는 것을 변비라고 한다. 그러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2일에 한 번 변을 보면 불편한 사람이 있고, 3일에 한 번 배변해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변비의 기준은 불편함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의학계에서 변비기준으로 많이 활용하는 '기능성 변비의 로마판정 기준'에서는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딱딱한 변, 불완전한 배변감, 항문폐쇄감, 배변을 위한 부가적 조치, 1주일 당 배변횟수 등으로 변비여부를 판단한다.

변비는 장의 운동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상적인 배변은 대장의 자연스런 연동연하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 연동연하 운동이 상행결장에서 직장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내항문괄약근이 이완하며 배변이 된다. 아침에는 이 운동이 가장 활발하다.

그러나 대장이나 직장의 운동기능 장애 등으로 연동연하 운동력이 약해지면 변비가 생긴다. 주로 대변의 대장 통과 시간이 길어지는 게 원인인데, 대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통과했지만 항문주위 근육이 위축돼 발생하는 변비도 있다. 또 당뇨 등 전신질환과 파킨스병 등의 중추신경 질환, 항경련성 등의 일부 약물과 일부 정신 질환도 변비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떤 경우이든 오랜 기간 배출되지 못한 변은 수분이 적어지면서 딱딱해진다. 이로 인해 배변 때 지나치게 힘을 줘야 해 통증과 출혈도 발생할 수 있다. 변비는 대변을 배출하지 못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함께 질병 유발 요인이 된다. 대장에 변이 오래 머물면 독소로 인해 여러 가지 염증이 유발되기 쉽다. 이는 세포의 노화, 면역력 저하, 신진대사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 변비가 만성이 되면 대장과 직장 질환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피부 트러블, 두통, 치질과도 밀접하다.

한의학 고전인 상한론(傷寒論)에서는 변비를 ‘대변난(大便難) 불대변(不大便) 불변불통(不便不通)’으로 표현했다. 변을 보는 데 극히 어려워, 몸의 전반적인 흐름에 지장이 있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는 먹을 수는 있는데 변 보기가 힘든 것이 실(實)로 양결(陽結)인 반면 식사가 어렵고, 몸이 무겁고, 변이 굳은 것을 음결(陰結)로 풀이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치료는 실비(實秘)와 허비(虛秘)로 접근한다. 실비는 기와 열 등의 순환이 안 돼 변이 축적돼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순환력이 떨어지면 열이 발생하고, 진액(津液)을 말려 변이 딱딱해진다. 허비는 몸이 차가운 이유 등으로 장의 운동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진액 자체가 부족해서 변비가 온다.

그런데 실비나 허비나 근본적으로 연동연하 운동 저하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변비를 치료할 때는 각 증상과 체질을 고려하면서 연동연하 운동을 촉진시키는 처방을 해야 한다. 치료 방법은 쾌통탕 등의 탕약을 비롯하여 침, 약침, 뜸, 심부온열치료, 한방 물리치료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어느 경우나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한 증상과 체질에 따른 맞춤처방이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글쓴이> 김영근

태원의학회 수석교수로 위맑음한의원 원장이다. 20년 넘는 기간 동안 만성 소화기질환 연구와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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