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70대 노인 속여 고액 생명보험 판매 의혹…서면동의도 없었다?
교보생명, 70대 노인 속여 고액 생명보험 판매 의혹…서면동의도 없었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4.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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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가입 당시 응답했던 ‘언더라이팅’, ‘해피콜’ 녹취 증거 있다” 주장
금소연 “고령 피해자, 저축보험설계 요청…수당 많은 종신보험 가입 권유”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최근 교보생명이 70대 노인에게 보장성 종신보험을 적금으로 속여 판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소비자단체는 민원인이 △저축 목적으로 설명을 듣고 보험사 가입 절차에 따랐고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는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언더라이팅, 해피콜을 비롯한 본인 녹취와 피보험자의 청약서 자필서명을 증거로 계약자가 충분히 보험 상품 내용을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교보생명 보험설계사 A씨가 적금 목적 보험설계를 요청했던 70대 노인에게 ‘5억 보장 종신보험’을 속여 판매했다고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사진은 교보생명의 다짐이 들어가있는 내용의 웹 디자인.(사진=교보생명 홈페이지 캡처)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교보생명 보험설계사 A씨가 적금 목적 보험설계를 요청했던 70대 노인에게 ‘5억 보장 종신보험’을 속여 판매했다고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사진은 교보생명의 다짐이 들어가있는 내용의 웹 디자인.(사진=교보생명 홈페이지 캡처)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교보생명 보험설계사 A씨가 적금 목적 보험설계를 요청했던 70대 노인에게 ‘5억 보장 종신보험’을 속여 판매했다고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A씨는 고령인 계약자가 해당 보험에 가입이 어려워지자 며느리 B씨(39)를 피보험자로 내세워 종신보험을 체결토록 했고, B씨는 서면동의 없이 청약서 자필서명만으로 본인 생명보험인 ‘프리미어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이 저축보험이 아닌 종신보험이라는 사실은 가입한지 3년 후에나 드러났다. 저축보험으로만 인지했던 70대 계약자는 3년 동안 5천200만원을 납입한 후 해약하려 했고, 2천782만원을 돌려받있다고 한다. 이는 납입한 보험료의 반가량인, 2천400만원 이상이 손해인 금액이었다.

계약자는 금감원에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금감원은 ‘청약서 자필서명, 해피콜 본인 녹취’ 등을 증거로 교보생명 편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해 금소연은 부당한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금소연은 “70대 노인에게 고액의 종신보험(월 2백7만4천원 납입)을 판매한 점과 며느리의 생명을 담보로 시어머니가 수익자가 돼 거액의 생명보험을 본인 동의 없이 가입 시킨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면서 “민원에 불응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태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타인의 생명보험’으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는 계약은 상법 제731조의 규정에 의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지 청약서에 자필로 서명이 이뤄졌다고 해서 타인의 생명보험 동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7조(적합성의 원칙)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계약 체결을 권유해서는 안 되며, 적정한 상품을 권유하고 부당한 권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소법의 6대 판매 원칙은 △적합성의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이다.

장애인, 노인, 청년 속여 생명보험 판매 만연

‘적합하지 않은’ 보험 계약 사례들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을 상대로 한 보험사의 전횡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한 보험설계사가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78개 보험 상품을 가입시켜 논란이 됐다. 이 장애인은 수천만원의 대출까지 받으면서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적합하지 않은’ 보험 계약 사례들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을 상대로 한 보험사의 전횡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피해자 D씨는 “저는 29살이고 설계사 통해서 종신보험을 가입했었다”면서 “2년 다 돼가고 있는데 생각보다 보장에 비해 비싸고, 잘못 가입한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가 가입한 보험도 ‘프리미어종신보험’이었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적합하지 않은’ 보험 계약 사례들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을 상대로 한 보험사의 전횡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피해자 D씨는 “저는 29살이고 설계사 통해서 종신보험을 가입했다”면서 “2년 다 돼가고 있는데 생각보다 보장에 비해 비싸고, 잘못 가입한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가 가입한 보험도 ‘프리미어종신보험’이었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본지]는 지난 9일 이와 관련한 기사를 보도(관련기사 : 지적장애인 상대 78개 보험상품 가입 논란…한화생명‧KB생명 “민원 제기돼야”검토)하면서 보험사의 비대면 보험 가입과 언더라이팅, 해피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들 가입자는 설계사를 믿고 보험 가입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가입 통화(언더라이팅)나 확인 전화(해피콜)을 통해 ‘네’라고 동의를 하더라도 어떤 내용에 동의하는지 모르고 응답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제대로 인지 못하고 동의하고 넘기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보험사나 은행의 불완전판매도 여기서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보생명 설계사들의 종신보험 가입 종용 사례들은 이미 언론 보도와 커뮤니티에 널려 있었다. 피해자 C씨도 교보생명이 종신 보험을 저축 상품을 속여 팔아 피해를 입었고, 설계사가 교도소에 수감돼있어 만날 수도 없었다.

C씨의 종신보험 가입은 20살도 채 되지 않았다. 20대 후반인 또 다른 피해자 D씨도 종신보험 가입 후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는 “저는 29살이고 설계사를 통해서 종신보험을 가입했다”면서 “2년이 다 돼가고 있는데 생각보다 보장에 비해 비싸고, 잘못 가입한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가 가입한 보험도 ‘프리미어종신보험’이었다.

교보생명 “금감원 기각, 끝난 사안” “금소연, 의도 갖고 이슈화”

교보생명은 70대 노인의 종신보험 가입 문제 제기와 관련해 “금감원이 기각한 사안”이라면서 더 이상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10일 [백세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청약서) 자필서명과 해피콜 녹취도 우리가 갖고 있고 금감원도 기각한 사안”이라면서 “회사는 계약자가 당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민원인 중 변심에 의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해명했다.

본지는 회사가 주장하는 녹취에 대해 더 물었다. 확보한 녹취파일이 언더라이팅과 해피콜에 의한 응답이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했고, 언더라이팅 이전에 설계사와 계약자 간에 있던 음성통화도 확인해봤냐는 물음에 “개인정보보호 상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문제가 없는 사안인데, 금소연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이슈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누리꾼은 “월 보험금 200만원이 넘으니 설계사 얼마나 신이 났겠냐”, “소비자를 생각하는 대형 보험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인 고객이 사인하라 하면 하고, 대답하라면 하지 않았을까?”, “해약했을 때 배신감과 절망감, 안타깝다” 등 의견들이 많았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2016년, 2017년, 2018년 신 계약률은 각각 +12.1%, +10.2%, +11.0%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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