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은 어떻게 될까”
[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은 어떻게 될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4.17 14:15
  • 호수 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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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은 어떻게 될까”. 최근 지인들의 모임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그러자 다들 입을 다물었고 침묵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자의 머릿속에서도 많은 생각들이 지나쳤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게 경제가 언제쯤 정상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투자회사들은 벌써부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어려운 이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반면에 가진 이들은 더욱 살기 편한 세상이 될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런 예측을 했다. “코로나19로 세계 질서가 바뀔 것이다. 자유 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과 이주가 과거보다 어려워지고 생산 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예측이다. 

키신저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절대로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라고 지칭은 하지 않았지만 자유세계의 질서가 위협 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거래와 화상회의, 원격의료, 온라인 강의 등을 바탕으로 초연결 사회가 가속화할 것이란 얘기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는 5가지 키워드로 팬데믹 이후를 압축했다. 첫째, 사회적 거리두기는 특권이며, 지속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부자, 주류사회의 특권인 반면 가난, 비주류사회는 역차별이자 소외이다. 둘째, 글로벌 리더십이 크게 후퇴한다. 미국의 자유민주주의가 힘을 잃고 중국의 IT 전체주의가 극성을 부릴 수 있다. 셋째,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의 극성이다. 정치권에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국민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거나 기업 내부유보금을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말이 나온다.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다. 네번째가 디지털화의 가속이다. 디지털화로 각자도생하는 국민 속에서 노년층이 소외되는 디지털 디바이드도 가속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무역, 소비, 투자가 줄면서 세계 경제 성장의 궤도가 급격하게 하향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세계 미래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짐 데이터 미국 하와이대 명예교수는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지한파 교수 중 한 명이다. 그는 “한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세계 많은 국가가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을 롤 모델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의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고 충고한다.

경로당 폐쇄로 고립된 노인들…

그는 또 한국이 해야 할 ‘3가지 도전도 제시했다. ▷이제 더는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선도국가가 될 것 ▷지금껏 한국을 발전시켜 온 경제와 정치 논리가 미래에는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니 새로운 길을 찾는데 앞장 설 것 ▷더는 기존 동맹에만 의존하지 말고 외교 관계를 다극화할 것을 주문했다.

백신과 치료체계의 개발로 코로나19가 몰고 오는 재앙을 머지않아 막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지구촌 인간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예측을 못하고 있다. 

그날 모임에서 지인들은 개인주의 팽배와 함께 나홀로 사회가 본격적으로 열릴지 모른다는데 주목했다. 나홀로 사회는 공동체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선사하지만 개인은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떠맡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경로당은 폐쇄돼 노인들은 함께 어울려 식사도 못하고 즐거운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고립돼 있다. 우리 사회가 소외된 채 무기력하고 쓸쓸한 삶을 사는 노인들을 외면할까 걱정이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우리는 각자 존재하고 나는 홀로 소멸하게 된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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