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긴급재난지원금의 ‘골든타임’
[백세시대 / 세상읽기] 긴급재난지원금의 ‘골든타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4.24 14:27
  • 호수 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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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요즘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총선 직후 국회에서 추경안을 통과시켜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던 얘기는 물 건너 간 듯하다. 더불어민주당의 행동은 화장실 다녀와서 달라진 태도와 같다. 선거 막판에 전 국민 100만원 지원을 약속했으나 승리하고 나서는 이에 반대하는 민주통합당을 핑계 삼아 미적거리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가 적자를 이유로 소득 하위 70% 지급을 고집하고 있다.

국민은 배신감과 함께 허탈한 심정으로 이런 ‘정치 놀음’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말 그대로 긴급한 곳에 쓰여야 하는 돈이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리 숫자로 줄어든 지금 긴급재난지원금의 골든타임은 지났다. ‘긴급’이란 말이 무색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피해는 카드론 대출에서 드러난다. 3월 카드론 대출이 무려 90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급격히 불황이 닥치면서 소상공인 등이 현금을 빨리 빌릴 수 있는 카드론 대출을 많이 찾은 것이다. 신한·삼성·KB 등 카드사들의 카드론 취급액을 모은 결과를 보면 지난달 카드론 취급액은 4조32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6%(8825억원) 증가했다. 카드론은 신용카드를 쓰는 회원을 대상으로 본인의 신용도와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대응을 잘했다고 선진국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세계 각국에서 우리 대응책을 벤치마킹하는 건 모두가 성숙해진 시민의식과 역대 정부가 탄탄한 기초를 쌓은 의료체계와 산업기반 덕분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마스크이다. 삼성전자가 전남 장성군에 있는 화진산업에 인력을 파견해 생산 공정을 개선했더니 마스크 생산량이 두 배로 껑충 뛰었다. 현대차와 코오롱인더스트리, 도레이첨단소재는 직접 마스크필터 생산에 뛰어들었다. 정부의 공적 마스크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마스크 대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세계를 놀라게 한 씨젠의 진단키트 개발도 경이롭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출을 요청한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은 씨젠으로 달려갔다. 현장에는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진단 시약 업체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들 업체에는 지금 각국에서 수출 주문이 쇄도한다. 

그러나 최고의 명장면은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의료진의 헌신이다. 수백 명의 의료진이 생업을 접고 땀범벅이 되는 방호복을 며칠씩 입고 사투를 벌였다. 그 덕분에 대구시는 암울한 처지를 떨쳐내고 세계적 방역 모범도시로 재탄생했다. 코로나19의 빠른 극복이 정부와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란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 문제에 관한 한 지자체의 대응이 중앙정부보다 월등히 낫다. 광역자치단체 13곳과 기초자치단체 43곳에선 이미 재난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긴급재난지원금 사업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경기·부산·대구·광주 등 13곳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거나 지급 중이다. 서울은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하는 117만7000가구에 대해 30만~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을 소득에 포함하는 바람에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가구가 많아진 건 옥의 티다. 대구는 45만9000가구에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50만~90만원을, 제주는 17만 가구에 40만~100만원을 지원한다.

미국·독일·일본은 긴급재난지원금 성격의 지원금을 국회에서 시간 낭비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합의해 이미 지급했거나 지급 중이다. 정부와 여야는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더 이상의 ‘정치적 술수’를 멈추고 서둘러 빈사 상태에 놓인 서민에게 ‘긴급 수혈’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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