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다시 보는 한국 명작영화 1]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어린 옥희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
[유튜브로 다시 보는 한국 명작영화 1]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어린 옥희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4.24 15:59
  • 호수 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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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세대가 젊은 시절 즐겨 본 영화는 현재 안방극장에서 보기가 어렵다. 이런 어르신들을 위해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한국고전영화’ 채널에서는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관객을 웃기고 울렸던 명작 영화 100여편을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유튜브 ‘한국고전영화’ 채널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명작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신상옥 감독에게 1회 대종상영화제 감독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은 보수적 가치관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루고 있다. 사진은 극중 사랑방 손님에 대해 오빠(왼쪽)와 대화를 나누는 정숙(오른쪽)의 모습
신상옥 감독에게 1회 대종상영화제 감독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은 보수적 가치관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루고 있다. 사진은 극중 사랑방 손님에 대해 오빠(왼쪽)와 대화를 나누는 정숙(오른쪽)의 모습

신상옥 연출, 최은희‧김진규 주연… 1회 대종상영화제 감독상 등 수상

소설과 달리 정숙과 선호의 애틋한 감정 직접 묘사… 옥희 연기도 깜찍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금은 권위가 많이 추락했지만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제는 1962년부터 시작된 대종상영화제였다. 대종상영화제 첫 번째 감독상의 영예는 신상옥(1926~2006) 감독이 차지했다. 그의 아내 최은희와 명배우 김진규 등과 함께 만든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대종상뿐만 아니라 부일영화상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영화는 순수한 옥희가 서슴지 않고 자신의 어머니를 과부라  칭하며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어머니(한은진 분)와 청상과부인 며느리 정숙(최은희 분)이 살고 있는 시골의 명문가에 서울 출신 젊은 화가 선호(김진규 분)가 찾아와 사랑방에 머물게 된다. 선호와 정숙은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하지만 과부가 쉽게 재가할 수 없었던 당시 시대 분위기 탓에 서로 말 한마디 주고받지 못하면서 정숙의 어린 딸 옥희(전영선 분)를 사이에 두고 차츰 사랑의 감정을 키워간다.

옥희는 선호와 뒷산에 올라가 그림을 함께 그리기도 하며, 그가 꺾어준 꽃송이를 엄마에게 전하기도 한다. 이에 감동한 정숙은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아련한 마음을 선호에게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옥희가 병을 앓게 되자 마을에 가서 의사를 불러온 선호는 처음으로 어두운 뜰 안에서 정숙과 포옹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은 여기까지였다. 시어머니가 선호를 내보내면서 이별하게 된 것이다. 시어머니는 마침 자신의 집 식모가 계란장수와 정을 나눴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지자 식모를 내보내면서 선호까지도 사랑방에서 내쫓았다.

서울로 떠나기 전날 밤, 선호는 옥희를 통해서 정숙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정숙은 옥희를 예쁘게 차려 입힌 뒤 선호의 사랑을 거부하는 비통한 답장을 보낸다. 남편의 탈상도 하지 못한 정숙은 도저히 선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음날, 선호를 태운 기차는 마을을 떠나가고 옥희와 정숙은 애틋한 마음으로 뒷산 위에 서서 기차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막을 내린다.

신상옥 감독은 이 영화 속에서 선호와 정숙의 관계를 최대한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이해되지 않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윤리에 얽매여 일정 거리까지만 다가섰다. 그들의 사랑은 정숙의 어린 딸 옥희를 통해서 간절하고도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다. 여기에 수채화처럼 담백하고 수려한 풍경을 더해 한편의 서정시 같은 이야기를 완성한다.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주요섭이 쓴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에서는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의 사랑은 공개되지 않는다. 미묘한 감정적 교류를 화자인 옥희의 시각과 언변으로 전달할 뿐이다. 순수한 옥희와 달리 어른들의 사정을 아는 독자들은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옥희의 시각을 벗어나, 즉 옥희가 전달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을 장면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다. 정숙과 사랑방 손님 선호가 직접 마음을 주고받고 우물가에서 격정적인 포옹을 하는 등 감정표출과 만남을 통해 원작이 지닌 ‘은폐’의 미학을 영상으로 풀어낸다. 

또 각색 과정에서 한 가지 스토리라인을 추가한다. 원작에서 식모와 계란장수는 미미한 역할에 불과하지만, 영화에서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식모 역을 맡은 도금봉과 계란장수 역을 맡은 김희갑은 발랄하고 솔직한 사랑을 이룸으로써, 애틋하게 진행되는 정숙과 선호의 사랑과 비교되도록 표현했다. ‘완성된 사랑’(식모·계란 장수) 대 ‘애틋한 이별’(어머니·사랑방 손님)의 대립 구도를 만든 것이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는 옥희 역을 맡은 전영선의 깜찍한 목소리와 연기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전영선은 옥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나중에 스타로 도약했다. 지금 들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특이한데, 당시 다소 거칠고 짙은 억양으로 인해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유튜브 ‘한국고전영화’ 시청방법

‘유튜브 앱’이나 네이버‧다음 등을 통해 유튜브에 접속한다. 이후 유튜브 검색창에 ‘한국고전영화’를 입력 후 검색을 누르면 해당 채널을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볼 경우 부채꼴 모양의 ‘와이파이’(무선인터넷)가 우측 상단에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시청해야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집에 무선인터넷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지하철 등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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