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휴관 석달째…“경로당 언제 열리나… 손꼽아 기다려요”
경로당 휴관 석달째…“경로당 언제 열리나… 손꼽아 기다려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4.29 20:14
  • 호수 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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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 사회적 거리두기 따르지만 “마음이 답답”
코로나19 여파로 경로당 휴관이 석달 째 계속되면서 답답함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 남동구지회 관계자(서 있는 사람)가 폐쇄된 경로당 주변을 배회하는 어르신들에게 코로나19 예방수칙 안내문 및 사탕을 나눠주며 위로하는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경로당 휴관이 석달 째 계속되면서 답답함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 남동구지회 관계자(서 있는 사람)가 폐쇄된 경로당 주변을 배회하는 어르신들에게 코로나19 예방수칙 안내문 및 사탕을 나눠주며 위로하는 모습.

농·어촌 어르신은 나은 편… 농사일·바닷일로 땀흘리면서 답답함 덜어

도시지역, 우울감 호소하는 어르신 많아… “경로당의 소중함 새삼 느껴”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도시경로당 회원은 ‘매우 답답’, 농‧어촌경로당 회원은 ‘다소 답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의 경로당이 임시 휴관에 들어간 지 3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경로당 회원들의 현재 심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문을 닫은 직후에는 대부분의 경로당 회원들이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본격적인 농사일과 바닷일이 시작되면서 농‧어촌 지역 경로당은 그나마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전국 6만5000여개 경로당은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2월 20일께부터 전부 문을 닫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노인회 중앙회, 연합회, 지회는 다양한 대안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회의 경우 4월 29일 열린 16개 시·도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했고 지회장 선거를 치러야 했던 지회들은 서면결의, 거리두기 선거 등의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선거를 끝내며 코로나19 여파를 줄여나가고 있다.

또 어르신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당 공동작업장도 일감을 집에 가져가거나 작업장 내 거리두기를 통해 꾸준히 일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공동작업장으로 운영되는 충남 천안시 불당동 천년나무아파트경로당 민경혜(64) 특별회원은 “일거리가 줄긴 했지만 각자 일감을 집에 가져가서 한 후 이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경로당이 임시 폐쇄되면서 갈 곳을 잃은 회원들이 답답함과 외로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로당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던 A지회의 경우 발 빠르게 전 경로당을 폐쇄하면서 추가 전파를 성공적으로 막았다. 이 지역 타 경로당에서도 이러한 조치에 대해 잘했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이후 확진된 어르신 전원이 완치되고 고조됐던 긴장감이 가라앉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현재 해당지역 경로당 회원들은 빠른 재개관을 염원하고 있다. 장시간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가깝게 지내던 회원들과 대면이 어려워지자 답답함과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A지회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는 경로당에 가는 것을 꺼려했지만 추가 확진자가 없고 입원하셨던 분들이 완치돼 돌아오면서 무료함을 호소하는 회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만 도시경로당이 좀더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도농복합지역인 청주 흥덕청원구지회의 경우 아파트경로당 등 도시지역 경로당 회원들은 아파트 내 설치된 정자나, 공원, 담벼락 등에 몇 명씩 모여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경로당 폐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초기에는 거리두기에 다소 둔감했지만 지회 경로부장 등 관계자들이 각 경로당을 순회하며 어르신들을 위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홍보해 마스크를 쓰고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대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편안한 경로당에서 대화하는 것과 달리 사람 수도 적고 같이 지내는 시간도 제한적이어서 우울감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한 경로당 회원은 “경로당이 열려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폐쇄가 되고 보니 노인들에게 경로당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농촌경로당은 코로나19 여파로 경로당이 휴관에 들어갈 때는 농한기였지만 최근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그나마 덜한 편이다. 

하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다. 농사철에 1시~3시 사이에 경로당에서 휴식을 취하며 치매예방체조, 노래교실 등 각종 여가 프로그램을 즐기며 함께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면서 만남에 대한 갈증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도 대표 도농복합지역인 남양주시지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3월까지만 해도 도농지역 경로당 모두 빨리 경로당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4월 들어 농사가 시작되면서 농촌지역 경로당 어르신들이 그나마 우울감을 덜 호소하고 있다.

오창준 남양주시지회 경로부장은 “도농지역 회원들이 전화나 문자 등으로 소통을 하고 있지만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계가 있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촌지역 경로당도 농촌경로당과 비슷하다. 날씨가 풀리고 바닷일이 많아지면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줄었지만 경로당 생활이 유일한 낙이었던 고령인 어르신들의 경우 다시 개관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제선채 완도군지회 사무국장은 “완도식 표현으로 ‘발 잘린 문어’가 됐다고 토로하며 언제 다시 문을 여는지 문의하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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