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제2의 집’ 경로당이 속히 열리길 고대하며
[백세시대 / 기고] ‘제2의 집’ 경로당이 속히 열리길 고대하며
  • 민경혜 충남 천안 천년나무아파트경로당 특별회원
  • 승인 2020.04.29 20:26
  • 호수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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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혜 충남 천안 천년나무아파트경로당 특별회원
민경혜 충남 천안 천년나무아파트경로당 특별회원

설 연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필자가 속한 천년나무아파트경로당 문을 닫은 지도 어느새 세 달이 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로당은 누구나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쉼터였다. 경로당이 문을 닫을 거라고는 40여명의 회원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천년나무아파트경로당은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공동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10명의 회원들이 여기에 참여해 오전만 일하고도 1인당 30만원씩 수입을 올린다. 참여하지 않는 어르신들도 틈틈이 일손을 거들어준다. 거실에 20여명이 둘러앉아 손으로는 부품을 조립하며 오순도순 대화를 하며 우애를 다져왔다. 도움을 받은 회원들은 2~3만원씩 회비를 갹출해 운영비에 보탰고 함께 간식을 사먹으며 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졌다. 

그러다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이러한 소소한 재미를 즐기는 것이 중단됐다. 매일 출근하듯 오전에 모여 함께 일을 하고, 오후에는 느긋하게 놀이, 요가 등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던, 소소한 행복을 누렸던 그 시간이 멈춘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경로당 문에 열쇠가 채워졌지만 다행히 공동작업장에서 하던 일들은 이어갈 수 있었다. 각자 집으로 일감을 가져가 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경로당에 모여 함께 일을 할 때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다. 일조차도 놀이로 느껴질 만큼 늘 웃음소리가 넘쳤다. 그런데 혼자서 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회원들이 외로움을 토로한다. 공동작업장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들의 하소연은 더 크다. 같은 아파트단지에 살며 전화도 하고 만남도 이어가고 있지만 가슴 한켠이 쓸쓸한 건 어쩔 수 없다. 

경로당은 회원들 각자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 연륜과 사연 덕분에 늘 이야기꽃이 넘쳐 제2의 집과 같이 편안한 곳이다. 이러한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일상의 평화로움도 함께 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시간만큼 경로당 회원들의 단합력도 단단해지고 있다. 회원들이 힘들어하는 만큼 코로나19의 위세가 약해지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결국 경로당은 다시 문을 열게 될 것이다.

“경로당에 오지 못해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로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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