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혹세무민의 세상 사는 법
[백세시대 / 세상읽기] 혹세무민의 세상 사는 법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5.08 13:43
  • 호수 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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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들면서 세상만사 흑백 가리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지만 정의와 불의, 윤리와 패륜, 양심과 거짓 같은 근본적인 인간의 조건들은 시비가 명명백백히 가려지곤 했다.  

최근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사례는 우리에게 또 다른 혼란과 혼선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3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우리 측 GP에 대해 총격을 가한 사건이 그 중 하나이다. 합참은 처음에 중부전선 아군 GP에 대해 북측에서 총탄 수발을 발사했으며 우리 측 인원과 장비의 피해는 없다고 공지했다. 당시 총성을 들은 GP 근무자는 GP 외벽에 총탄 4발의 탄흔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군은 곧바로 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고 사격을 두 차례 걸쳐 10여발씩 발사했다. 당시 북한이 쏜 화기는 14.5mm 고사총이다.

우리 군 합참은 북의 의도적인 도발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그 이유로 ▷현장에 안개가 짙게 깔려 시계가 1km 안팎으로 나빠 도발하기 불리한 점 ▷사고 당시 시간대가 북한 GP 인원이 근무교대 후 화기 장비를 점검하는 시간대와 겹치는 점 등을 꼽았다. 합참은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가 1.5km 이하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도발로 보기 어렵다는 말도 강조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면의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합참의 주장이 신빙성을 잃고 있다. 우선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이다. 북한이 GP에 보유하고 있는 화기는 AK자동소총과 73년식 기관총, RPG-7, 14.5mm 고사총 등 여섯 종류이다. 이 중 이번에 북한군이 도발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14.5mm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는 3km이다. 합참이 발표한 유효사거리에 배가 차이가 난다. 그러니까 유효 사거리가 짧은 총으로 발사했기 때문에 도발의 의도가 없었을 것이라는 합참의 발표는 오류인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북의 오발이라고 몰고 가는 합참의 주장에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탄착 지점이다. 아군 GP 벽에 형성된 네발의 탄착군을 볼 때 이 정도의 사격솜씨라면 최소한 특수부대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날씨 문제도 그렇다. 당시 안개가 짙게 깔려 도발하기 불리하다고 합참은 말했지만 GP 근무 경력의 군 출신들은 한결같이 “북한군은 항상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도발을 해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북의 도발에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데도 합참의 은폐 시도로 인해 ‘도발과 오발의 진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 하나의 혼란은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중국과 세계 각국 간에 벌어지는 발원지 공방전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 버만 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가 플로리다 주민 4명을 대표해 마이애미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배상액은 수십억 달러로 알려졌다.

유럽 등 세계 각국도 중국의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법학자위원회와 인도변호사협회는 “신종 코로나는 우한 실험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유엔이 조사에 나서고 중국에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헨리잭슨학회도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초기에 신종 코로나 정보를 은폐하지 않았다면 세계가 지금과 같이 비참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이 국제보건규약을 위반해 코로나 전파에 책임이 있으니 중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G7이 입은 손실만 3조9600억원에 달하며 중국은 이를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에 대해 “중국에서 출현은 했어도 발원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오히려 미국을 상대로 우한시 중급인민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이 전 세계에 코로나를 만연시켜 자신이 피해를 봤다”며 “수입 손실 15만 위안과 정신적 피해 5만 위안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북의 총격 도발 사건과 코로나 19 공방전 모두 앞뒤를 조금만 캐도 진위가 분명히 가려질 사안이다. 그럼에도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설들이 여과 없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뚜렷한 주관을 갖고 신뢰할만한 정보에 근거해 사태를 파악하고 독립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복잡한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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