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창간특집]의식은 무엇인가 “뇌의 여러 부위가 일정한 진동수로 공명하는 것과 관계있어”
[백세시대 창간특집]의식은 무엇인가 “뇌의 여러 부위가 일정한 진동수로 공명하는 것과 관계있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5.08 14:16
  • 호수 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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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인간의 생사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의식의 사전적 정의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이다. 의식을 연구한다는 것은 생명과 영혼이 있는 생명체의 미스터리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철학자들이나 일부 과학자들은 ‘의식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결코 과학으로 풀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 만학도가 의식의 본질을 심도 있게 파헤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70세에 뇌 과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김재익씨의 저서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한길사)에서 의식의 본질과 미래의 연구과제 등을 발췌했다.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 저자 김재익. 사진=연합뉴스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 저자 김재익. 사진=연합뉴스

의식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살아 있는 자의 영혼이다. 어떤 생명체가 의식을 소유했다면 그 생명체는 영혼이 있는 귀중한 존재라는 의미다. 현재 의식에 대한 철학적 정의를 아주 간단히 표현하면 ‘의식은 인식의 상태나 질 혹은 외부 대상이나 유기체 자기 내부의 어떤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의식의 정체를 연구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포함해 생명과 영혼이 있는 생명체에 대한 깊은 미스터리를 연구하는 것과 같다.

왓슨과 함께 DNA 구조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영국의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과 젊은 파트너 코흐는 1990년 ‘의식의 신경생리학적 이론을 향하여’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의식은 뇌의 신경생리학적 작용에 따른 것이며 특히 뇌의 여러 관련 부위가 서로 40~70Hz의 일정한 진동수로 공명하는 것이 의식과 상관있는 듯하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의식이 분명 물질로 이루어진 뇌의 산물인 것은 확실한데 다른 모든 물리적 현상이 물리적 이론으로 설명 가능한 것과 달리 의식의 속성은 이런 물리적 설명을 매우 어렵게 한다. 의식이 발현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은 분명 전기적·화학적 활동에 따른다. 그러나 그 과정의 최종 산물인 의식은 보통의 물리적 현상과는 전혀 다른 속성을 띤다. 그러한 속성 중에는 시각·청각·후각·촉각·통각 같은 다양한 감각은 말할 것도 없고 행복감·실망감·희망·동정심·질투 같은 물리적으로 환원하기 어렵거나 설명하기가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철학자들이나 일부 과학자들이 의식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결코 과학으로 풀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크릭과 코흐는 과학의 진보로 언젠가는 의식의 신비로운 많은 부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식은 신경활동과 상관있어

의식이 자연의 일부인 동물의 뇌에서 발현되는 이상 의식은 자연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모든 자연현상은 과학적 법칙을 따른다. 그렇다면 의식을 설명할 수 있는 정확한 과학적 이론이 있어야 한다. 의식이 물질의 어느 수준에서 발현되는 지에 대해서도 통일된 의견이 없다. 보통은 뉴런 수준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하나 크릭과 같은 사람은 시냅스 수준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예일대 교수인 에델만 같은 사람은 신경그룹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하며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펜로즈 같은 사람은 마이크로 튜불(세포 내 고속도로) 같은 분자 수준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모든 정신 활동에는 그에 상응하는 뇌 신경세포 활동이 있다. 화를 내거나 고통을 느끼거나 경치를 감상하거나 모두 뇌의 특수한 영역들의 활동을 동반한다. 다시 말하면 정신활동과 뇌세포의 활동 간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이러한 상관이 바로 의식의 신경상관이다. 의식과 신경활동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신경활동이 의식을 발현한다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 

철학자들은 이러한 의식적인 사건과 뇌 사건이 연결되는 것을 수반 관계(supervenience relation)라고 한다. 이것은 의식과 뇌가 함께 변한다는 공변 원리이다. 

예를 들어 격렬히 논쟁하는 두 사람을 상상해보자. 그들이 논쟁하는 주된 주장이 의식적이라도 격렬하게 토해내는 대부분 말들은 무의식적으로 발화된다. 사실 의식적으로 하나하나 곱씹으며 말한다면 논쟁이 되지 않고 이성적인 담화가 될 것이다. 테니스를 치거나 탁구를 할 때 날아오는 공을 일일이 의식하면서 플레이한다면 아마 경기를 망칠 것이다. 1초에도 열 번 가까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피아니스트를 상상해보라. 일일이 건반을 의식한다면 연주회를 망칠 것이다. 즉 우리가 의식적으로 행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행동도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며 이러한 무의식적 활동도 뇌의 여러 영역의 활동과 공명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방통행적 공변원리는 의식의 신경상관을 밝히는 연구를 어렵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다. 일방통행적 공변원리는 또한, 의식은 뇌 활동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뇌 활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직 뇌가 없이 자유로이 떠다니는 의식적 존재에 대한 어떤 의심할 여지없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일방통행적 공변원리를 진리라고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뇌병변에 따른 의식 변화

의식은 뇌의 산물이므로 뇌에 이상이 생기면 의식에도 이상이 생긴다. 대표적인 감각기관 중에서 의식의 신경과학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시각의식 속에서 우리가 대상을 단일한 실체로 보게 하는 시각의식이 단일화 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우리는 날아오는 공을 볼 때 공의 색깔, 공의 모양, 움직임을 본다. 그러나 우리 뇌에서 공의 색깔과 모양과 움직임을 처리하는 부위는 모두 다르다. 전혀 다른 부위에서 처리하는 감각정보가 시간적·공간적으로 통일된 단일한 물체로 인식된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뇌의 업적인지를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 그렇지만 뇌가 어떤 영역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불가능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닫는다. 

뇌에 의해 동시에 처리되는 이러한 메커니즘(뇌가 이를 해결하는 것을 ‘결합문제’라고 한다)에 이상이 생기면 시각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공의 색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공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거나 공을 공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공의 배경이 사라지거나 시야의 한쪽에서 공이 사라지거나 공의 움직임이 끊겨 보이기도 한다. 

시각 다음으로 장애를 보이는 것은 언어이다. 프랑스 외과의사 브로카는 실어증 환자의 사후 뇌를 조사해 좌측 전두엽 운동영역의 아래, 지금은 입술 혀 턱 등의 운동을 관여한다고 알려진 영역의 앞쪽 부분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영역이 언어와 관련된 부위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 후 학자들이 그를 기려 이 영역을 브로카영역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는 뇌의 특정영역이 인지의 어떤 특정기능과 관련된다는 뇌기능국소화 이론의 최초의 해부학적 증거가 됐다.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언어와 관련된 많은 뇌 영역의 거의 동시적 정보교환과 발화가 필요하다. 

의식의 발현은 뉴런과 상관 

의식이 신경의 활동에 의한 것인 이상 의식의 상태나 내용은 어떤 식으로든 신경의 어떤 부분의 활동과 상관이 있을 것이다. 의식의 신경 상관에 대한 연구는 생리학, 신경과학, 인지신경과학, 신경심리학, 영상의학 등 많은 분야의 협동으로 이루어진다. 

경계가 확실한 어떤 뇌 부위가 손상된 환자의 경우 정상일 때와 비교해보면 어떤 의식적인 면이 왜곡되거나 사라진다. 건강한 정상인에게 같은 부위를 인위적으로 자극하면 같은 의식적인 면이 왜곡되거나 사라질 것이다. 정상인에게 그러한 의식을 하게 하고 뇌를 영상기기로 살펴보면 같은 부위가 활성을 띨 것이다.

의식의 신경 상관에 관한 연구는 캐나다의 신경외과 의사 팬필드가 간질환자를 상대로 뇌의 여러 부위를 전기자극하면서 환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무엇을 의식하는지를 조사한 것이 최초이다. 그가 환자 측두엽의 어느 부분을 자극했을 때 환자는 생생하게 기억을 회상했다. 이는 의식이 신경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어떻든 의식의 발현이 그 의식과 관련된 뇌 회로에 있는 뉴런과 뉴런 집단들의 발화(신경펄스)의 시간적 변화와 여러 영역 간 발화 위상의 통일 내지는 동시성에 좌우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으나 아직도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신경과학을 비롯한 많은 분야의 참으로 다양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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