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창간특집]고학력에 잘 꾸미고 소비성향 높은 신노년이 온다
[백세시대 창간특집]고학력에 잘 꾸미고 소비성향 높은 신노년이 온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5.08 14:36
  • 호수 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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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노인 세대 진입하는 베이비부머
올해부터 노인으로 진입하는 베이비부머들은 절반 이상이 고졸 이상 학력을 지닌 고학력으로 자신에게 돈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 등 이전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은 수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감자를 전달해온 대전 대덕구 베이이부머 봉사단의 모습.
올해부터 노인으로 진입하는 베이비부머들은 절반 이상이 고졸 이상 학력을 지닌 고학력으로 자신에게 돈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 등 이전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은 수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감자를 전달해온 대전 대덕구 베이이부머 봉사단의 모습. 사진=대덕구 제공

20세기 번영을 누린 세대… 3저호황 시대 취업해 핵가족의 주축   

절반 이상이 고졸 이상… 탄탄한 재력 바탕 경제‧문화 소비의 중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경기 의정부시에서 임대업을 하는 전성일(65) 씨는 5년 전부터 아내와 함께 두세 달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최근에는 국내로 눈을 돌렸다. 상황이 안전해지면 전국을 일주해볼 계획도 세웠다. 불확실한 노후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자식들 키우느라 하지 못했던 여행을 최대한 즐길 예정이다. 전 씨는 “나이로는 노인이 됐지만 마음은 아직까지 청춘”이라면서 “노인 소리를 듣지 않고 최대한 오랫동안 젊게 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955년생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이하 베이비부머)가 속속 노인인구로 진입한다. 베이비부머들은 20세기에 태어난 세대 중 최고의 번영을 누린 인구집단으로 평가받는다. 서구에선 보통 2차 세계대전 이후 20여년간 태어난 1946년~1964년생을 가리킨다. 미국에서 이 시기에 태어난 인구는 7600만명에 이르는데 당시 미국 전체 인구(2억6000만명)의 30%에 해당한다.

베이비부머들은 노년으로 서서히 접어드는 현재 풍부한 재력과 강력한 구매력,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다. 세계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는 ‘2019 세계 10대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서 베이비부머를 ‘나이를 잊은 세대’라고 표현했다. 보고서에서는 삶을 즐기려는 비율이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보다 높고,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 출생)와 비슷하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우리나라 역시 베이비부머의 규모와 영향력은 크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이 늦어져, 흔히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른다. 이 기간에만 902만명이 태어났다. 

베이비부머들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풍랑을 함께 겪으며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짧은 시기에 가장 극적인 번영을 경험했다. 세계 최빈국 수준의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 미국의 원조물자를 배급받으며 유소년기를 보냈고, 청년기에 한강의 기적을 경험했다. 이들이 태어났을 당시 70달러 안팎이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20년 현재 3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강의 기적과 함께한 부유한 세대

고도성장기에 자라난 베이비부머들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취업 걱정은 없었다. 1970년대 후반 중동붐, 1980년대 중반 ‘3저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이 이어지면서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베이비부머들은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기르는 것을 인생의 당연한 순서로 생각했다. 20세기 후반의 가족 형태를 상징하는 4인 핵가족의 주축이 이들 세대다. 

1996년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가입 때까지 10년간 이어진 호황은 베이비부머의 성장을 견인했다. 1990년대 후반에 터진 외환위기에도 직격탄을 맞지는 않았다. 구조조정의 주된 대상은 이들의 윗세대였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베이비부머들은 한국 사회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됐다.

베이비부머는 학력수준(고졸 55.6%, 대졸 이상 20.4%)이 이전 세대(고졸 25.2%, 대졸 8.4%)에 비해 높고, 절반 이상이 집 한 채를 소유하고 노동시장 참여가 활발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베이비부머들이 노인 세대로 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인사회의 변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노인일자리 영역은 교육 수준이 높고 윗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베이비부머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노무에 적은 수당을 지급하는 기존의 소극적 재정 지원 일자리로는 신노년세대로 분류되는 베이비부머의 욕구와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원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이세훈(65) 씨는 퇴직연금과 국민연금 등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보다 풍족한 노후와 사회활동을 계속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지난해부터 코딩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단순한 노인일자리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코딩을 배워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와 달리 자신을 꾸미고 취미를 즐기며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여유 있는 재정을 바탕으로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패션에 돈을 투자한다. 잡지사에서 일하다 은퇴한 오영식(65‧가명) 씨도 남다른 패션 센스 덕분에 실제 나이보다 10살 이상 어리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그는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는 스파(SPA) 브랜드 의류를 즐겨 구입하고 등산복 등 노인들이 선호하는 옷은 찾지 않는다. 

윗세대와 달리 자신에게 투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취미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주말마다 오토바이 라이딩을 즐기는 그는 고가의 장비를 아낌없이 구매하고 정비자격증을 취득해 직접 오토바이도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베이비부머들은 명품이나 화장품 등의 구매나 취미활동에 돈을 아끼지 않아 소비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에 따르면 최근 50대 이상의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단순히 자산 대비 소비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컨템포러리 브랜드(최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의류, 잡화 등의 상품군) 구매 비중이 높아졌다. 신세계백화점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매출 비중은 50대가 42.9%로, 40대(32.7%)와 30대(20.7%)를 크게 압도했다. 특히 50대의 매출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5년 36%에서 2019년 42.9%로 4년 만에 7%나 증가했다. 

문화 측면에서 활발한 소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2018년 ‘서울시민 문화 향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은 연평균 약 12만원의 문화비를 지출하며 6~7회 문화 관람을 했는데 이 중 문화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가 50대(남성 77%, 여성 88.5%·연간 문화활동 관람률)라는 결과가 나왔다. 20대(남성 66.3%, 여성 66%)보다 높은 수준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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