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단체에 이용만 당했다” 주장 파문…진실 규명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단체에 이용만 당했다” 주장 파문…진실 규명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5.15 13:28
  • 호수 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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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성금 사용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5월 7일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관련 단체에 이용만 당했다”며 위안부 단체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지난 28년간을 이어온 수요집회에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더불어 “2015년 한·일 합의 당시 윤미향 전 대표가 일본이 10억 엔을 출연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비난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성금, 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면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며 수요집회 기부금 사용의 불투명성을 주장했다.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향해서는 “자기 사욕 차리려고 위안부 문제 해결 안 하고 애먼 데 가서 해결하겠다고 한다”며 날을 세웠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들 중에서도 가히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07년 미국 의회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했고,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이 일화는 지난 2017년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만들어진 바 있다. 그런 이 할머니가 위안부 관련 단체에 일갈하고 더 이상 함께하지 않겠다고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만약 이같은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정의연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해 온 시민단체들의 활동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1992년 1월 8일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열어 온 수요집회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의연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기부수입 22억1900여만 원 중 41%에 해당하는 9억1100여만 원을 피해자 지원 사업비로 집행했다”며 “나머지는 위안부 문제 연구, 추모 사업, 역사 교육 등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만이 피해자 지원 사업은 아니다”며 “피해자 지원사업은 건강치료 지원, 인권·명예회복 활동 지원, 정기방문, 외출 동행,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미향 당선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할머니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성금은)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의연은 2018년 결산 때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4억7593만원을 지출했다고 해놓고 총지출은 더 적은 4억6908만원으로 기록했다. 같은 해 정의연 결산서류에는 22억7300만원의 기부금 수익을 이월한다고 해놓고 2019년 서류에는 이월 수익금을 ‘0원’으로 표기했다. 

피해자 지원사업 수혜자를 정확히 하지 않고 ‘99명’, ‘999명’ 등으로 기재한 경우도 있었다. 

정의연 등이 이렇게 엉성하게 회계장부를 작성하자 국세청은 공시오류를 확인하고 재공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도 기부금 모집과 지출 관련 서류를 22일까지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서부지검은 정의연의 기부금품 부정사용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기부금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사안을 진흙탕 정치 공방으로 몰아갈 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우리 사회가 위안부 인권 운동의 의미를 더욱 성찰하고,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 피해자 치유에 기초한 해결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시 손을 맞잡고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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