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지는 봉숭아학당, 뜨는 뽕숭아학당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지는 봉숭아학당, 뜨는 뽕숭아학당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5.15 14:14
  • 호수 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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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해 많은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KBS ‘개그콘서트’(개콘)가 폐지설에 휘말리고 있다. KBS측은 5월 초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이후 행보와 추가 보도를 종합해보면 다음 방송가 개편 시즌 이전에는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개콘은 그간 수많은 히트 코너를 배출했지만 하나만 고른다면 단연 ‘봉숭아학당’을 꼽을 수 있다. 개콘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바탕 웃음으로’의 상징이었던 코너를 그대로 계승해 심현섭, 강성범, 강유미, 김기수, 김숙, 박성호 등 셀 수 없이 많은 스타를 탄생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봉숭아학당’ 코너는 수차례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5월 1000회 특집을 끝으로 다시 막을 내렸고, 개콘이 폐지된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개콘의 인기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공영방송의 표현 제약에 있다. 잘나가던 개콘이 흔들리기 시작한 시기는 SNS의 확장 시기와 묘하게 맞물린다. 2010년대 이후 SNS를 통한 의견 교환이 활발해지면서 노인, 여성, 장애인 등을 소재로 한 코너들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로 인해 개그맨들의 표현이 조심스러워졌고 ‘노잼’(재미없다)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특히 자극적인 웃음코드로 가득한 유튜브가 급성장하면서 개콘은 그야말로 침몰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콘의 폐지설과 동시에 TV조선은 ‘뽕숭아학당’을 새롭게 선보인다.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첫 방송부터 1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성인가요라 불리며 비주류로 취급됐던 트로트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대성공과 ‘유산슬’이란 이름으로 트로트에 도전했던 유재석의 활약 덕분에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노년층을 비롯해, 막강한 소비력을 과시하는 베이비부머마저 사로잡으며 당분간 그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콘 역시 트로트 처럼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필자는 반반이라고 본다. 개그맨들의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일자리를 잃은 개그맨들 상당수가 유튜브로 옮겨 구독자 수십 만명을 보유하며 보란 듯이 성공했다. 개콘의 개그맨들이 이들보다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다. 다만 표현이 제한되는 현재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재기는 어려워 보인다. 언제가 다시 국민들을 활짝 웃게 하는 그 중심에 개콘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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