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나이 들면서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자 / 최성재
[백세시대 / 금요칼럼] 나이 들면서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자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5.15 14:42
  • 호수 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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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내 생각만 옳다고 한다면

영락없는 꼰대 취급받지만

내 경험을 겸손히 제시하면

젊은이들도 멘토로 존경할 것

꼰대란 말이 지난 4~5년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 ‘꼰대’라는 말의 어원은 번데기의 사투리로 전남과 경상도 지역에서는 ‘꼰대기’, ‘꼰데기’라고 부르던 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많은 늙은이’라는 의미로 늙은이에 대한 은어, 또는 선생님을 지칭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종종 사용되어 왔다. 

‘꼰대’에 대한 다른 하나의 어원은 일제 강점기 때 프랑스 말 백작(comte: 콩테)의 일본식 발음이다. 당시 이완용 등의 친일파들이 백작, 자작 같은 작위를 받으면서 스스로를 ‘콩테’라고 자랑스럽게 불렀는데 이를 비웃는 사람들이 콩테를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여튼 꼰대는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면서 거드름을 피우는 태도와 행동을 보이는 나이 많은 사람’을 꼬집는 은어라 할 수 있다. 꼰대는 영국의 BBC Two 방송국의 2019년 9월 23일자 페이스북에 ‘오늘의 단어’(word of the day)로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에서 꼰대(kkondae)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그리고 당신은 항상 틀렸다고) 믿는 나이든 사람(an older person who believes he is always right [and you are always wrong])’이라고 그 의미를 전달하였다. 

꼰대는 나이 많은 사람으로 나이(연륜), 직위, 경험을 내세워 젊은 사람들이나 부하들을 무시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면서 가르치려드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핵심이다. 그런데 나이 들었다고 다 꼰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젊은층에도 꼰대가 의외로 많은 것 같다. 2019년 12월 28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20~30대 20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꼰대가 제일 많다고 생각하는 연령층을 물어 본 결과 50대(35%), 40대(21%), 70대(20%), 60대(13%) 순으로 많았다. 나이 많다고 다 꼰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꼰대는 나이 많은 사람들을 매도하고 비하하는 의미로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의 바람직한 역할 중 하나는 젊은층이나 후배들에게 멘토가 되는 것이다. 멘토(mentor)는 현명하고 믿을만한 조언자, 스승 또는 좋은 지도자라는 의미로 주로 나이가 젊거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용된다. 멘토는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Homeros)가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이(Odyssey)에 대해 쓴 서사시에서 오디세이가 아들의 교육과 지도를 맡긴 훌륭한 스승의 이름이 멘토(Mentōr)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젊은 층은 나이 든 꼰대는 싫어하지만 멘토는 환영한다. 앞에서 말한 조사에서 20~30대의 70%는 나이 상관없이 멘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기 위해는 꼰대와 멘토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대체로 10가지 면에서 구분할 수 있다. 

행동방식에서 꼰대는 기성세대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를 비판 없이 그대로 답습하지만, 멘토는 기성세대의 행태를 비판하여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세대 차이와 사회변화에 맞게 행동한다. 판단기준에서 꼰대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치를 무시하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판단하는 반면에, 멘토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치 차이를 수용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시대의식에서 꼰대는 주로 과거의 의식과 행동, 경험을 위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서 “나 때는 말이야…” 식으로 말하기가 일쑤인 반면에(이를 비꼬는 말은 “라떼는 말이야”), 멘토는 미래사회를 중시하고 상대방의 발전을 위주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경험을 들어 조언할 때 꼰대는 자기 경험을 문제해결 방법으로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멘토는 자신의 경험을 문제해결의 한 방법으로 제시하면서 다른 방법도 같이 제시한다. 

말하는 태도에서 꼰대는 지위, 나이, 경험을 바탕으로 권위주의적으로 말하고, 얕보는 태도를 보이거나 명령조 말이나 폭언을 자주하고, 가르치려드는 반면, 멘토는 상대방을 칭찬하면서 실력으로 이야기하고 겸손하고 상대방을 존경하는 태도를 보인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태도에서 꼰대는 상대방 말을 듣지 않거나 무시하고, 멘토는 상대방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려 한다. 

배움의 태도에서 자기의 지식, 기술과 경험이 최고라고 생각하여 배우려 하지 않고, 멘토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배우려는 태도를 보인다. 외모에 대한 관심에서 꼰대는 상대편의 외모나 행동은 잘 지적하면서 자신의 외모와 행동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반면, 멘토는 상대편 외모나 행동 지적은 삼가고, 자신의 외모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공(公)과 사(私)의 구별에서 꼰대는 구분이 불분명하고, 멘토는 구분을 분명히 한다. 사회에 대한 태도에서는 개인 중심적이고 연고를 중시하는 반면, 멘토는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공헌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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