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책박물관 ‘노래책, 시대를 노래하다’ 전, 숫자악보와 한국인 애환 담은 노래책 등 이색전시
송파책박물관 ‘노래책, 시대를 노래하다’ 전, 숫자악보와 한국인 애환 담은 노래책 등 이색전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5.15 16:01
  • 호수 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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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을 통해 한국대중음악사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공립박물관인 서울 송파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인어옷을 연상시키는 이금희의 무대의상(왼쪽)과 노래책의 모습.
노래책을 통해 한국대중음악사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공립박물관인 서울 송파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인어옷을 연상시키는 이금희의 무대의상(왼쪽)과 노래책의 모습.

박물관 첫 기획… 광복 이전부터 현대까지 음반, 음향기기 등 200여점

‘키다리 미스터 김’ 이금희 무대의상 등 눈길… 음악다방 체험코너 마련

[백세시대=배성호기자] “키다리 미스터 김은 싱겁게 키는 크지만 그래도 미스터 김은 마음씨 그만이에요~”

1960년대 미8군 무대와 클럽에서 활약하며 정적인 국내 가요계에 춤 열풍을 일으킨 가수 이금희. 그녀는 ‘키다리 미스터 김’을 비롯해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한국 최초의 댄스가수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 12일 다시 문을 연 송파책박물관에서는 이금희가 입었던 황금 의상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타계했지만 의상만은 여전히 과거의 모습 그대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듯했다. 

대중가요 노래책을 중심으로 한국대중가요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송파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송파책박물관은 우리나라 공립박물관 중 처음으로 책을 주제로 만들어진 곳으로 장서 1만3287권과 책 관련 유물 8804점을 소장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의 첫 기획특별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대중음악 100년의 역사를 담은 노래책과 음반, 음향기기 등 유물 200여 점을 선보인다. 당초 3월 31일 막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6월 12일까지 연장됐고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전시도 병행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에 따라 입장 전 출입구에서 발열 검사를 진행하고 관람객 역시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노래책은 가사와 악보가 담긴 책으로 가수들의 모습과 일상, 애독자들의 사연 등 시대상을 반영한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박물관은 2016년부터 6차례에 걸쳐 관련 유물을 수집해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대중음악사에 의미 있는 노래책을 구비했다.

먼저 1부 ‘광복 이전(~1945)’에서는 나라 잃은 설움과 한이 담긴 ‘조선가요집’, ‘조선속곡집’ 등을 소개한다. 1925년에 발표된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가곡 ‘내 고향을 이별하고’,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 한국 대중음악사상 최초의 직업 가수인 채규엽이 부른 ‘유랑인의 노래’ 등의 가사를 읽다 보면 고향을 잃고 타지를 전전하던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환이 느껴진다. 또 함께 표시된 숫자악보 역시 눈길을 끈다. 당시 문맹률이 높아서 도는 ‘1’, 레는 ‘2’ 식으로 음의 높낮이를 표시해 사람들이 쉽게 노래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헤드셋으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부스도 마련돼 있다. 1920년대에 축음기(유성기)가 보급되면서 유성기 음반이 등장했다. 작자를 알 수 있는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로 평가받는 ‘낙화유수(落花流水)’도 들을 수 있다.

2부 ‘광복 이후~한국전쟁기(1945 ~1953)’에서는 광복의 감격과 전쟁의 아픔, 슬픔을 표현한 노래들을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기쁨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곧 이어 한국전쟁이 터지고 노래 역시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씩씩한 행진곡들이 많아졌다. 이런 행진곡풍의 가요가 늘 방송에서 나왔고 다방에서도 의무적으로 틀게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슬픔의 노래로 가득찼다. 전쟁으로 죽은 형제 부모들, 그리고 북에 남겨 놓은 가족들, 피난시절의 아픔을 노래하고, 잃어버린 고향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굳세어라 금순아, 꿈에 본 내고향, 이별의 부산정거장, 단장의 미아리고개, 삼팔선의 봄 등이 대표적이다. 

1964년 발매된 음반 ‘동백아가씨’.
1964년 발매된 음반 ‘동백아가씨’.

이어지는 3부(한국전쟁 이후~1960년대)와 4부(1970년대)에서는 전쟁 이후 등장한 상업적인 대중가요, 청년문화를 비롯해 음악다방과 금지곡들의 금지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체험코너를 마련해 재미를 더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피난길에 가족을 잃어버린 이산가족을 위로하는 곡과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팝 음악과 댄스풍 가요가 유행했다. 주한 미군을 위한 ‘미8군 쇼’는 대형 밴드, 가수, 댄서, MC 등이 모인 종합적인 공연이었는데 패티김은 이 때 활동한 대표적인 가수로서 일반 대중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미국을 동경하고 휴전 이후의 자유를 만끽하던 시기로 ‘차차차’, ‘맘보’, ‘부기우기’, ‘트위스트’ 등의 댄스풍 가요가 크게 유행했다. 

1970년대는 청년들의 포크송(통기타 음악)과 록 음악이 자리를 잡았다.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를 즐기던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순수하고 비상업적인 음악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양희은, 김세환 등이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던 시기다. 한편 당시의 군사정권은 국가 및 사회 공공의 안녕질서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을 선정하고 건전가요를 제작·보급하기도 했다. 

5부(1980년대), 6부(1990년대~현재)에서는 트로트부터 팝송, 발라드, 케이팝까지 한국 대중가요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시기의 다양한 전시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국민가수 조용필, 1984년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로 대상을 받은 이선희부터 현재 아이돌 그룹의 음악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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