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트림 계속 나오면 역류성 식도염 의심
이유 없이 트림 계속 나오면 역류성 식도염 의심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5.15 16:11
  • 호수 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과 치료

위‧식도 경계 괄약근 약화돼 위산·내용물 역류…식도 점막 손상시켜

가슴 쓰림과 화끈거림 증상… 약물치료에도 재발 시 수술 고려해야

[백세시대=이수연기자]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 모 씨(59)는 며칠 동안 속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고, 가슴에 통증이 생겨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평소 소화 기능이 좋지 않아 자주 소화제를 복용하던 박 씨는 그날도 어김없이 소화제를 먹었다. 잠깐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금방 다시 답답함과 속 쓰림이 지속됐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을 찾은 박 씨는 역류성 식도염(위‧식도 역류질환) 진단을 받았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염증으로 그와 관련해 생기는 여러 불편감을 총칭해 일컫는 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 역류성 식도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전체 환자 중 58%가 50대 이상 환자로 나타났다. 

위가 건강할 때는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의 근육(괄약근)이 조임으로 잘 닫혀 있지만, 이 기능이 약화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면서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 최유아 과장은 “약해진 식도 괄약근 때문에 위 속에 있는 내용물이 거꾸로 올라오게 되는데, 이때 내용물에 섞인 위산이 식도의 점막을 점점 손상시킨다”며 “음식물 섭취 후 종종 트림할 때 입 밖으로 나오는 가스도 이 근육을 거치기 때문에 잦은 트림이 계속될 때도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닫혀있어 위속 내용물을 막아주던 하부식도조임근이 힘이 약해지면서 역류가 발생하게 된다 	그림=대한의학회
평소에는 닫혀있어 위속 내용물을 막아주던 하부식도조임근이 힘이 약해지면서 역류가 발생하게 된다 그림=대한의학회

◇가슴 뒤쪽이 타는 듯 쓰리고 화끈거려

역류성 식도염은 다양한 증상 때문에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쉽다. 증상은 크게 전형적인 증상과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나뉠 수 있다. 

전형적인 증상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가슴 뒤쪽이 뜨겁거나 타는듯한 느낌을 주는 가슴 쓰림 증상이다. 가슴 쓰림은 대개 명치 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치밀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며, 흉골 뒤쪽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을 말하며 가슴이 화끈거리고 뜨겁게 느껴지거나 따가운 느낌이 든다고 묘사된다. 이러한 통증은 날개뼈 사이나 목 및 팔 쪽으로 뻗어가면서 나타날 수 있다. 

또 위산이 역류되면 위액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와 후두 사이로 역류되어 시고 쓴 맛이 난다. 대개 많은 음식을 먹은 뒤나 누운 자세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비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목에 뭔가 계속 걸려있는 듯한 인후이물감, 목소리가 쉬거나 후두염, 만성 부비동염 등의 이비인후과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만성기침이나 천식 등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내시경 검사로 식도의 점막 손상을 진단할 수 있다. 내시경 검사를 통해 식도염의 정도 및 범위를 직접 볼 수 있고, 동반된 합병증 유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식도 점막의 조직학적 진단이 가능하다. 

진단 후 2~3주간 치료를 받은 후에도 호전되지 않을 때는 ‘24시간 산역류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24시간 산역류검사는 위산역류의 빈도와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식도 아래쪽에 작은 기계를 삽입한 후 24시간 내 산도를 측정해 위산이 역류하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약물치료 효과 없을 땐 항역류수술

역류성 식도염은 일반적으로 약물로 치료한다. 위산분비억제제는 위산을 억제해 식도 자극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위장관운동촉진제를 함께 복용하기도 한다. 위장관운동촉진제는 위장의 운동 능력을 촉진시켜 음식물의 이동 및 배출을 원활히 함으로써 음식물의 배출 장애로 생기는 증상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약물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고, 위산분비억제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단기 부작용으로는 설사, 변비, 탈모 등이 있고, 장기부작용으로는 위산분비억제 때문에 칼슘 흡수가 방해돼 골다공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역류성 식도염 증상 때문에 일상에 불편함이 크게 느껴진다면 항역류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항역류수술은 위와 식도의 경계를 근처 위 조직으로 둘러 감싸주어 느슨해진 식도 근육을 다시 조여주는 수술이다. 느슨해진 하부식도주변을 조여주어 위 내용물의 역류 자체를 방지하기 때문에 위‧식도 역류를 차단하는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 

국내에서는 중앙대학교병원 외과 박중민 교수팀이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항역류수술을 받은 51명의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박 교수팀은 수술 전후 3개월간 역류성 식도염의 가슴 쓰림 증상과 위산역류, 삼킴장애, 비전형적 증상 및 수술 합병증, 수술 받기 전 약물치료를 받고 있을 때와 비교해 수술치료의 효과를 평가했다. 수술 환자들은 가슴 쓰림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거나 개선되었으며 위산역류 증상도 94.3%가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중민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 중에는 약물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있더라도 약물 부작용으로 약물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또 약을 끊기만 하면 증상이 재발돼 도저히 약을 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환자들은 수술을 통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을 결정할 때는 정확한 진단으로 수술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