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00세 노인의 용감한 도전에 500억 모금 기적
영국 100세 노인의 용감한 도전에 500억 모금 기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5.15 16:16
  • 호수 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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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불편 장애인 톰 무어, “집 정원 100바퀴 돌겠다” 공약
100세 생일을 기념하고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영국 보건당국을 걱려하기 위해 도전에 나선 톰 무어의 사연은 500억원이라는 거액의 성금을 모금하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사진은 보행기에 의지해 도전에 나선 톰 무어. 사진=베드퍼드셔 EPA연합뉴스.

한 바퀴 돌 때마다 10파운드씩 모금 약속… SNS 통해 큰 반향

모금액 영국 ‘보건당국’에 전달… 국내선 99세 유공자 수당 기부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모어테인에 사는 ‘톰 무어’ 어르신은 유튜브를 통해 하나의 공약을 내걸었다. 100세 생일(4월 30일)까지 자신의 집 정원 25m구간을 100바퀴 걸어 한 바퀴 돌 때마다 10파운드씩 약 1000파운드(약 152만원)를 모아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기부하겠다는 뜻도 함께 제시했다. 암 치료와 엉덩이뼈 수술을 받아 보행 보조기구에 의지해 걷는 그에게 결코 만만한 도전은 아니었다. 도전 결과는 놀라웠다. 약속한 금액보다 3만배가 많은 약 500억원을 모금한 것이다.

톰 무어는 1920년 4월 30일 요크셔 웨스트 라이딩의 케일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웰링턴 공작 연대에서 1940년부터 1946년까지 복무했으며 이후 왕실 기갑 군단 소속으로 발령받는다. 뭄바이, 미얀마, 콜카타에서 탱크 지휘관으로 복무했으며 버마 전쟁과 람리섬 전투 등에서 일본과의 전투에 참전하기도 했다. 그는 40대 후반에 접어든 1968년 당시 35세였던 아내 파멜라를 만나 결혼했다. 그녀가 2006년에 사망할 때까지 40년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했으며 현재 두 딸이 있다. 

사별 후에도 건강을 유지하던 그는 지난 2018년에는 머리 부분 피부암과 낙상(落傷)으로 인한 엉덩이 부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보행기에 의지하지 않으면 걷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영국에도 영향을 미치자 그는 국민 보건을 위해 헌신하는 NHS(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공단에 해당)를 위해 작지만 큰 걸음을 떼기로 결심했다. NHS는 영국 보건·의료 종사자 200만명 가운데 150만명이 소속된 영국 공공 의료 조직으로 재정난 때문에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아 의료시설과 장비가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용감한 도전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하루하루 그의 걸음걸이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모금액은 수직으로 상승해 갔다. 최초 목표액은 하루 만에 달성했고 톰 무어의 예상보다 빠른 4월 16일에 100바퀴를 완주했을 때 모인 금액만 135억원(900만 파운드)에 달했다. 사람들이 보내준 놀라운 성원에 힘을 얻은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약속대로 생일날까지 정원 걷기를 이어 나갔다.

그는 또 모금 기간에 영국의 유명가수 마이클 볼, NHS 합창단과 함께 노래(‘You`ll never walk alone’)를 불러 발표했는데 이 노래가 영국 음원 순위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로 인해 그는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가수 1위라는 또다른 진기록을 갖게 됐다.

그의 도전에 감동을 받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그에게 생일 카드를 보냈다. 톰 무어의 손자가 다니고 있는 베드포드 학교의 대강당을 가득 채울 만큼 편지가 모여들었는데 그 숫자가 무려 14만장에 달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총 14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무어 대위 앞으로 온 생일 카드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톰 무어 어르신의 생일 당일 영국 공군은 전투기를 보내 그의 자택 위 상공에서 축하 비행을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화상 축하메시지를 통해 “당신의 영웅적인 노력은 국가의 정신을 드높였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생일 축하카드를 보내며 그의 도전을 높이 평가했다.

도전을 마치고 맞은 100세 생일에서 그는 “사람들은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내게 해준 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말하며 모금액 전부를 NHS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내년에 100세를 맞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주관섭 어르신이 그간 모은 국가유공자 수당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주 어르신은 북한이 고향으로 한국전쟁 당시 남쪽으로 내려와 국군으로 전쟁에 참여해 국가무공수훈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에도 제주 영구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아끼고 저축한 돈으로 5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8일 서귀포시청을 방문한 그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소외계층 지원 성금으로 2000만원을 기탁했다.

주관섭 어르신은 “그동안 내가 주변 이웃과 나라로부터 도움만 받아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내가 받은 사랑을 전달해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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