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식 대한노인회 강원 정선군지회장 “지역 기업체 찾아가 경로당 회원들 위해 쌀 지원 받기도”
이근식 대한노인회 강원 정선군지회장 “지역 기업체 찾아가 경로당 회원들 위해 쌀 지원 받기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5.22 13:20
  • 호수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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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회 사무국장 때 노인회 일신…폐광지 4개 시·군 한마음체육대회 신설 

경로당 보조금 인상, 한궁·그라운드골프도 보급…“군수께서 적극 지원”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지역에서 별 존재감이 없었던 노인회를 일약 노인복지의 구심점으로 만든 지회장이 있다. 끼니를 못 때우는 노인을 위한 쌀 지원책을 마련했고 건강관리의 기회가 적었던 노인들에게 게이트볼, 그라운드골프 등을 보급했으며 지회 역사상 처음으로 어르신 체육대회를 신설했다. 또 강원도 영월, 태백, 삼척, 정선 등 4개 시·군이 번갈아 매년 성대하게 치르는 합동 한마음체육대회의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바로 이근식(76) 대한노인회 강원 정선군지회장 얘기다.

이근식 정선군지회장은 “30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사무국장으로 정선군지회에 들어와 보니 무기력하고 침체돼 있었다”며 “뭔가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어르신들을 동원해 산불예방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게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중순, 정선군 정선읍에 위치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 지회장을 만나 20년 가까이 노인회에 헌신한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이 지회장은 2003년부터 9년여간 정선군지회 사무국장을 지냈고, 이후 한동안 노인회를 떠났다가 2018년 4월, 지회장에 취임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을 텐데.

“정선은 코로나 확진자가 아직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주부터 경로당 회장의 재량 하에 부분적인 개방을 허락했지만 실제로 문을 연 경로당은 하나도 없다. 혹시라도 (감염자가)생길까 우려하는 탓이다.”

-사무국장 시절 지회 사정은 어땠나.

“직원도 지회장, 총무부장, 사무국장 셋뿐이었고 사무실에 선풍기도, 복사기도 없을 정도로 빈약했고 지자체의 지원도 아주 미미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경로당에서 점심을 굶는 어르신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연탄을 사용하지 않자 그로 인해 강원도의 탄광산업이 급격히 쇠퇴했다. 정선 군내 47개 군소탄광업체가 문을 닫았고 한때 15만을 구가하던 인구도 현재 4만 명 아래로 확 줄었다. 그런 이유로 노인을 돌볼 여유들이 없었다. 이 지회장은 “다행히 국내 최대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가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을 텐데.

“제가 위의 내용을 A4용지에 구구절절 적어 공문을 만들어 강원랜드에 보냈다. 그 공문이 당시 강원랜드 사장의 마음을 움직여 정선을 비롯해 영월, 태백, 삼척 등 폐광지역 4개 시·군의 전체 경로당 한 곳당 11포씩 쌀을 지급해주었다.”

중간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어느 순간 쌀 지원이 끊겼다. 강원랜드를 찾아가 계속 지원을 요청하자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댔다. 이 지회장은 “그래서 제가 경로당마다 경로당 회원 현황을 파악한 자료를 통보해 줄 테니 그에 근거해 쌀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하자 크리스마스 장식 예산 중 일부를 지원해줘 그때부터 지금까지 11년째 (쌀 지원이)이어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4개 시·군 체육대회도 성사시켰다고.

“지역경제 침체로 인한 노인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체육대회를 열 생각을 했다. 2000만원이 소요되는 체육대회 계획서를 만들어 다시 강원랜드 사회공헌위원회를 찾아가 부탁했다. 마침  윗선에 계신 분이 공무원 시절 안면이 있는 분이었다. 그 분 도움으로 부족하나마 첫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이근식 정선군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왼쪽이 방상민 사무국장.
이근식 정선군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왼쪽이 방상민 사무국장.

이 지회장은 “올해는 정선군 차례”라며 “초창기엔 게임 종류가 많았지만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하루를 흥겹게 보내는 게 더 중요하는 생각에서 한궁, 큰공 굴리기, 투호. 신발컬링 등 소수종목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그라운드골프도 정선군에 소요사업비 지원을 요청해 장비를 지원 받아 9개팀(120명)을 구성해놓았지만 사무국장을 그만둔 사이에 개인에게 넘어가버렸다”며 “올해 제10회 지회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는 한궁도 전 경로당에 보급돼 있고 지회장기 한궁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선군 인구 3만7000여명 중 노인은 9000여명이다. 정선군지회는 9개 읍·면 분회, 159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6,657명이다. 정선군은 세계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의 모태인 ‘정선아리랑’으로 유명하다.   

-경로당 시설은.

“전체 경로당 중 90% 가까이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깔끔하고 가전제품도 다 갖추었다. 특히 최승준 군수와 유재철 군 의장께서 어르신들을 잘 모시는 효자시다. 올해 경로당 회원 1인당 운영비를 4000원씩 인상해주셨다. 가장 기쁜 일은 지회 역사상 처음으로 어르신 장수건강 체육대회를 치르게 됐다는 점이다. 예산(3000만원)도 확보됐다. 아울러 국립 횡성숲체원 체험, 선진지 견학 등 노인지도자 대상의 문화체험도 군 지원으로 실시하고 있다.”

-노인일자리는 어떤가.

“정선의 모든 일자리는 시니어클럽에서 담당한다. 지회가 시니어클럽 모 법인체로서 시니어클럽 관장 보직 인사도 한다. 올해부터 시니어클럽이 하는 일자리 중 경로당 깔끔이 청소와 급식도우미 등 경로당과 직접 연계되는 480개의 일자리를 가져오려고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다.”

정선군에는 인문학 강연 등 노인이 즐길만한 문화예술 행사가 드물다. 노인회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인대학(22회, 2400명 배출)과 실버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5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정선실버합창단은 7년째 활동 중으로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연주회를 갖고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초대 받아 가곡 등 수준 높은 음악을 들려 준다”며 “정기연주회에는 군수도 참석해 격려해주신다”고 말했다.

-임기 2년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여기에 노인종합복지관이 없다. 지회 사무실이 속해 있는 이곳은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여성, 장애인, 청소년, 다문화 단체가 다 들어와 있어 3층 강당 하나를 두고 일정을 사전 조율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크다. 원래 지회 단독 건물이 있었지만 이 건물을 짓느라 허물게 됐다. 1년간 군수를 쫓아다닌 보람이 있어 정선군 중 장기사업 중 폐광지역 개발사업 목록에 노인종합복지관 신축 안이 9번째로 들어갔다.” 

이어 “정선군지회 지원에 관한 조례 안을 만들어 군청과 시의회에 각각 청원했다”며 “통과되면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이 가능해지고 그렇게 되면 기피하던 경로당 회장 자리도 경쟁적으로 맡으려고 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노인회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지회는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나누고 베풀기도 한다”며 “매년 경로당에서 불우이웃돕기성금을 모아 지역 사회공동모금회에 기탁해오고 있고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 성금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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