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국내서도 ‘어린이 괴질’ 의심 증상 발생… 코로나19와 함께 철저 대비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국내서도 ‘어린이 괴질’ 의심 증상 발생… 코로나19와 함께 철저 대비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5.29 11:17
  • 호수 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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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어린이 괴질’로 불리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 증후군 의심 증상이 발생한 가운데, 예정대로 학교 개학이 이뤄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5월 26일 정례브리핑에서 “금일 0시 기준으로 2건의 다기관염증 증후군 의심신고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의심 신고된 11세 남아와 4세 여아 등 2명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두 소아 모두 괴질의 임상양상을 보였다. 또한 병원 자체적으로 시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PCR)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확인됐다. 

현재 두 환자는 발열·발진·충혈·복통 등의 임상 증상은 회복된 상태이며, 11세 남아는 이미 퇴원했다. 4세 여아도 퇴원을 앞두고 있다. 또한 코로나에 대한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 항체검사가 진행 중이며, 검사완료 후 전문가 사례 검토를 통해 다기관염증 증후군 여부를 판정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유럽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한 달 새 미국·호주·이탈리아 등 13개국으로 확산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 증후군은 보통 4세 이하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급성 열성 발진증인 ‘가와사키병’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가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럽에서 2명, 미국에서 최소 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으며, 관련 증세를 보이는 환자도 450여명에 달한다. 이 질환에 걸리면 고열, 피부발진, 붓기를 비롯해 심할 경우 심장 동맥의 염증을 동반한 독성 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내린 사례정의에서도 만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중에 ▶38도 이상의 열이 하루(24시간) 이상 지속 ▶혈액에서 염증 물질 증가 ▶두 개 이상의 장기에 염증이 침범해 입원이 필요한 중증 상태 ▶염증 원인이 되는 병원균이 확인되지 않음 ▶현재 또는 최근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발병 전 4주 이내 코로나에 노출된 이력 등 5개 조건이 모두 나타나면 다기관 염증 증후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염증 원인(병원체)은 불분명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인체 면역체계의 과민반응 탓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 환자 상당수가 코로나19 진단검사나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면역 체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의도치 않은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인데, 코로나19에 걸려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젊은 층에서 드물게 사이토카인 폭풍(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시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 되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다. 일부 환자의 진단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일부 환자의 진단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코로나19와의 연관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5월 20일 고3에 이어 27일부터 고2와 중3, 초 1~2, 유치원이 등교 개학을 시작했다. 6월 3일부터는 고1과 중2, 초 3~4학년이, 8일에는 중1과 초5~6학년이 등교한다. 학교를 통한 지역사회 감염 전파를 막고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선 학교와 교육당국, 지방자치단체가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교육당국이 이를 감안해 감염 우려가 큰 학교에 대해 등교 인원을 전체 학생의 3분의 2 이하로 제한하고 방역·생활지도 등을 위해 추가 인력 3만여 명을 배치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국 1만2000여 개 학교 중 보건교사가 1명도 없는 곳이 1700여 곳이고, 전국 국·공·사립 유치원의 전담 보건인력 또한 수십 명에 불과하다. 교육당국은 퇴직보건교사 등을 한시적으로 파견해 공백을 메우겠다고 하지만 보수는 적고 업무 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우수 인력들이 얼마나 확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어린이 괴질’ 또한 조기 발견이나 조치가 늦으면 지난 2~3월처럼 또다시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증상이 의심되면 조금이라도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코로나19에 준해 어린이 괴질도 보건당국에 즉시 신고해 검사·격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놔야 한다. 국내에 전파되기 전에 매뉴얼을 미리 만들어두는 게 ‘방역 모범국’에 걸맞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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