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회장 활동비 올해부터 지급…가장 보람 느껴
4차례 취업왕 오른 취업지원센터장, 지회 위상 높여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취임 직후부터 줄곧 추진해온 현안을 해결해 기쁘고 보람도 느낀다.”
지난 5월 말,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에 위치한 지회에서 만난 김낙관(88) 대한노인회 경기 성남시중원구지회장의 말이다. 김 지회장은 이어 “소일거리 사업예산에서 매달 5만원씩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드리게 됐다”며 “성남시에서 노인복지를 아주 잘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을 거쳐 2013년 지회장에 선출됐고 2017년 연임됐다.
-소일거리란 무언가.
“성남시 노인 3000여명이 참여하는 일자리로 지회에선 600명이 참여한다. 일주일에 두 시간씩 6일 일하고 월 12만3000원을 받는다. 주로 경로당 주변 환경정화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김낙관 지회장과 협의해 만든 노인일자리이다. 당시 김 지회장이 경로당 운영비가 부족하다고 도움을 요청하자 이 도지사가 크게 힘들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경로당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편을 찾다가 창출한 일자리이다.
-도지사가 큰 도움을 준 셈이다.
“그분은 노인복지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갖고 있다. 그가 성남시장이 되면서 노인복지가 제대로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 행사에 성남시의 3개 지회장을 꼭 초청해 맨 앞자리에 앉히고 가장 먼저 소개한다. 그 자리에 참석한 주민들이 시장의 행동에서 노인을 극진히 모시는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은수미 성남시장의 초도 순시 때 제가 경로당 좌식 생활의 불편함을 토로하자 바로 들어주셨다. 전체 78개 경로당(회원 3500여명) 중 40여개 경로당에 의자, 책상, 식탁 등을 들여와 입식으로 바꿨다.”
-경로당 운영비는.
“지회장 취임 당시 운영비가 30만원이었다. 그래서 복지과 직원을 만나 당장 운영비를 배로 올려달라고 하자 깜짝 놀라더라. 담당 과장이 ‘그렇게는 절대 안 된다’는 말에 제가 양보를 해 50%인 45만원을 받았다. 지금은 경로당 크기, 회원 수에 따라 차등 지급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이재명 도지사가 시장 시절에 해준 것이다.”
-경로당 형태는.
“아파트경로당이 전체 경로당의 반에 못 미친다. 구립경로당에 대한 개·보수는 시가 해주지만 아파트경로당은 해당이 안 된다. 아파트경로당에 전기료, 냉난방비를 지원하지 않는 대신 냉장고, 선풍기 등 비품은 제공한다.”
-경로당에 급식도우미가 있는지.
“처음에 10만원 주었더니 그것 받고는 힘들어 못하겠다고 해 20만원으로 올려주었다. 그러자 십시일반 식사준비를 도와주던 회원들이 도우미를 도와주지 않더라. 그래서 27만원으로 인상했다가 지금은 43만5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경로당의 역할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다. “경로당에선 반드시 점심을 대접해야 한다. 아침에 식구들이 다 집에서 나온다. 낮에 집에 들어가 식사하고 다시 경로당으로 돌아오는 일이 쉽지 않다. 경로당서 점심 드시고 학교수업 끝낸 손주들 데리고 귀가하는 게 일상이다”고 말했다.
-지회 건물이 크고 깔끔하다.
“이것도 내 복인가 보다. 부지회장 시절 전임 지회장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성남시장에게 낡은 지회 건물을 새로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2013년 제가 지회장 취임하던 날 건물 개관식을 같이 했다.”
성남시중원구지회는 연건평 274평의 5층 건물로 독립건물이다.
-지회의 자랑거리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 취업지원센터장(강찬희)이 2015년부터 4차례 ‘취업왕’에 선정되는 영예를 얻어 지회 위상을 높여주었다. 집에까지 일을 들고 가 핸드폰으로 연락하며 열심히 뛴다.”
2019년의 경우 취업 목표(88명)의 409.1%인 360명을 달성했다. 그 해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성과보고대회에서 전국 1위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강찬희 센터장은 비결을 묻자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구인처와 구직자를 대한다”고 했다. 자신이 일자리를 얻는 구직자로서, 사람을 구하는 구인처의 입장이 돼 일을 한다는 얘기다.
김낙관 지회장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시청에서 5년여간 근무했다. 서울의 한 건설회사에 잠시 적을 두었다. 40대에 성남시에 들어와 주택사업을 했다. 경로당 총무, 회장과 성남시중원구지회 부지회장을 지냈다.
-경로당 봉사를 얼마나 했나.
“현대건설에서 은행동에 대단위아파트를 지으면서 경로당 2개가 생겼다. 그 중 한 곳에서 총무로 6년간 봉사했다. 그때는 경로당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원치 않아 우리 손으로 벌어먹고 살아야 했다. 파지를 팔아 경로당 운영비에 보탠 기억이 난다.”
당시 전국적으로 분리수거가 실시되자 김 지회장은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아파트에서 나오는 모든 파지에 대한 처리권을 달라고 해 승낙을 받았다.
“동사무소에서 파지수거통을 군데군데 마련해주었고 노인 2명에게 한달 10만원씩을 주기로 하고 파지 모으는 작업을 시켰고 노인 부부에게 판매금의 반을 주기로 하고 파지 운송을 맡겼다. 한 달 15톤이 모였고 30만원 가량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괜찮은 벌이였다.”
김 지회장은 총무를 끝내고 단지 내의 다른 경로당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지회장은 “가내공업으로 경로당 운영비를 벌었다”며 “업체와 계약을 맺고 박스를 조립하는 작업을 했다. 회원들이 매일 12시까지 2시간 작업을 하고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하면 월 100만원 정도 번다”고 말했다.
-사무실 문에 ‘知止’(지지)라고 쓴 붓글씨가 눈에 띈다.
“어릴 적 서당에 나가면서 한문을 공부했다. 경로당서 봉사하며 11년 동안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문을 가르쳤다. 직원들이 보고 교훈 삼으라고 쓴 것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라고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가다가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그와 같이 하면 오래 갈 것이다’란 의미다.”
-건강 비결은.
“32년 1월생으로 음력으론 12월이라 올해 구순인 셈이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과거 주택사업할 때 돈을 떼어도 속 끓이지 않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6·25 때 지리산전투에서 옆구리에 관통상을 입었지만 부산 3육군병원에서 치료받고 다행히 목숨을 구했다. 그때부터 인명은 재천이라고 죽음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앞으로 계획은.
“더 유능한 사람이 지회를 맡아 경로당을 더 활성화시켜주기를 바란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