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윤미향과 시민단체
[백세시대 / 세상읽기] 윤미향과 시민단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5.29 14:06
  • 호수 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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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를 앞세워 사리사욕만 채웠다고 비난 받고 있는 윤미향(56)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가족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경제부시장 비리 감찰을 부당하게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된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두 사람의 공통점은 386세대이자 시민단체 출신이란 점이다. 386세대는 60년대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를 일컫는다.  

윤미향은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간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국장, 한국여성재단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조 전 장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청와대 다음으로 강력한 권력세력이 됐다. 그들은 인권·민주·정의·여성·환경 등 화려한 거대 담론을 독점하고 무소불휘의 힘을 휘두르고 있다. 요즘 청와대를 비롯 정부의 핵심 기구에 진입하려면 이들 시민단체 경력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은희 전 여성장관, 이미경 KOICA 이사장이 윤미향과 같은 정대협 출신이다.  뇌물수수사건 재조사로 다시 주목 받는 한명숙 전 총리도 여성민우회 회장을 지냈다. 

참여연대 출신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세 사람은 문재인 청와대의 정책실장 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청와대비서관, 행정관도 대거 포진해 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을 비롯 행정부에도 요직을 꿰찼다. 국회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총무국장, 시민주권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참여연대 위상은 ‘만사참통’(모든 인사는 참여연대로 통한다)이라는 말이 증명한다. 

시민단체의 주축인 386세대는 학생회, 서클 등의 조직화 경험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운동 네트워크를 만들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다. 시민단체는 소련 붕괴 후 대중운동으로 개종한 지식인들에 의해 주로 설립·운영됐다. 이들은 진보 성향으로 수백 개의 분화된 이슈와 분야를 넘나드는 연대로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했다. 

시민단체와 386세대 리더들은 함께 연대했던 정치·기업인 등과 서로 얽혀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질서로 사회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른 나이에 리더 자리에 올랐다. 실제로 21대 국회는 60년대생(58%)이 가장 많고 100대 기업 이사진(2017년)도 60년대생(72.2%)이 압도적이다. 

시민단체의 권력층 진입은 지극히 한국적 현상이다. 그들은 ‘사회참여’로 미화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식인의 사회참여는 있지만 정치적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운동이 특정 정치세력에 예속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공짜점심이 없듯이 특혜는 부당거래를 낳는다. 정권의 전횡과 비리를 감싸거나 묵인하고 그에 대한 보은을 챙긴다.    

문재인 정부 3년 간 일어난 일들을 짚어보면 쉽게 이해간다. 보복성 적폐 놀음과 내로남불 인사에 진보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눈을 감았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여론조작,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이 불거졌을 때도 침묵했다. 특히 정의기억연대의 일탈에 진보 여성단체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선과 악에 대한 기준 없이 단지 진영 논리에 따라 떼 지어 몰려다니며 정권의 방패막을 자처한다. 자기편 감싸기는 상식과 윤리를 넘어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년을 활동하며 잘못도 있고 부족함도 있을 수 있다.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윤미향을 옹호하고 나섰다. 윤미향 사건으로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가 도마에 올랐다. 시민들의 기부금과 정부지원금(국민혈세)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에 엄격한 회계 투명성, 독립성, 도덕성이 요구된다. 권력기관과의 빗나간 결탁은 공멸하는 길이다. 비판과 감시의 기능이 무뎌진 시민단체는 하루빨리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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