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골 배나무 후손
천만리 머나먼 길에
왕방연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봉화산에서 이 시조를 만나고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 세조가 단종을 영월로 내칠 적에, 그를 호송했던 금부도사 왕방연이 어명을 따르느라, 단종에게 물 한 그릇도 제대로 못 챙겨드린 것이 한이 되어, 이후 그는 벼슬을 버리고 중랑천 가에 자리를 잡아 배나무를 키우면 살았습니다. 나중에 그 배나무가 사방으로 퍼져,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먹골배’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그림의 배나무는 먹골(墨洞)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시조목의 후예로, 법장사 주지스님의 기증으로 이곳에 모셔졌는데, 수형도 제법 예쁜데다가 탐스런 배도 여러 개 달려 보기에 좋았습니다.
먹골배의 시조목은 서울 중랑구청 근처 봉수대 공원에 심어져 있다. 2017년 중랑구청에서 중랑구 봉화산에서 100여년 가까이 재생해 온 청실배나무 마지막 한 그루를 이식했다.
실제 먹골배는 구리와 남양주 일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당도와 수분이 풍부해 ‘꿀배’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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