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입자’,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여동생의 충격적인 정체
영화 ‘침입자’,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여동생의 충격적인 정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5.29 15:07
  • 호수 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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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손원평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주목 받는 ‘침입자’는 25년 만에 나타난 여동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사진은 극중 미스터리한 여동생 ‘유진’을 연기한 배우 송지효.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손원평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주목 받는 ‘침입자’는 25년 만에 나타난 여동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사진은 극중 미스터리한 여동생 ‘유진’을 연기한 배우 송지효.

베스트셀러 ‘아몬드’ 쓴 손원평 장편 데뷔작… 빠른 전개로 몰입도 높여

인물의 심리를 ‘집’의 변화로 효과적 표현… 결말에 대한 호불호 갈릴 듯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성공한 건축가 ‘서진’은 6개월 전 눈앞에서 뺑소니 사고로 아내를 잃는다. 이후 그에게 아내와 함께 살던 ‘집’은 숨 막히는 공간이 됐고, 급기야 그는 어린 딸과 함께 자신이 설계한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간다. 25년 전 놀이공원에서 잃어버린 여동생이 돌아오길 고대하며 만든 집이건만 그의 다친 마음은 치유 받지 못한다. 그러다 서진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여동생 ‘유진’을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지만 서진은 개운하지 않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동생이 맞는지 의심되는 수상한 ‘침입자’에 의해 그의 집에서 이상한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나 개봉이 연기됐던 영화 ‘침입자’가 6월 4일 개봉한다. 특히 이번 작품이 3개월 가까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한국영화와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을 받고 있다.

극적으로 재회한 유진(송지효 분)은 그간 못했던 딸 노릇을 하겠다며 하던 일을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엄마를 살뜰히 돌보고 일 때문에 바쁜 오빠 서진(김무열 분)의 딸 ‘예나’도 엄마처럼 챙긴다. 유진이 구석구석 손을 대면서 집안에는 사라졌던 웃음이 돌아오고 활기도 되찾지만 서진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다. 

한편, 서진은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당일의 기억을 잃었고, 아내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을 기억해내기 위해 최면 치료를 받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사고 현장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이 등장했고 이를 보게 된 서진은 그 현장에 유진이 있었던 것을 발견한다. 

유진이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가족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감지한 서진은 이를 알리지만 되레 가족들은 유진의 편을 든다. 이에 분개한 그는 유진의 정체를 찾기 위한 추적을 시작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족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고 급기야 누군가 놓은 덫에 걸려 위기를 맞게 된다.

이번 작품은 2017년 발간된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쓴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손원평의 장편 데뷔작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편영화 ‘너의 의미(2007)’, ‘좋은 이웃(2011)’ 등을 연출하며 감독으로서 입지를 다져온 그는 소설가로서 쌓은 탄탄한 이야기 전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실제로 영화는 잘 만들어진 스릴러 소설처럼 전개가 빠르면서도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한다. 가령 이번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진의 정체를 알려줄 듯하면서도 숨기면서 영화가 막을 내릴 때까지 관객들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한 집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고즈넉하고 다소 침체된 느낌의 집은 유진의 등장 이후 화사한 색으로 바뀌며, 미스터리한 분위기와는 반전되는 밝은 배경으로 독특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러다 긴장감이 절정에 달했을 때, 집은 가장 어둡게 변하며 극의 공포감을 효과적으로 조성한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드러나는 사건의 내막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초‧중반 전개에서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형태로 사건이 벌어지겠구나 싶지만, 절정 부분에서 이를 완전히 뒤집는 반전이 등장한다. 다만 관객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충분히 영화상으로 설명하지 않아 보다 꼼꼼한 전개를 원하는 관객의 입맛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최면’과 주요 배역이 코피를 흘린다는 점 등은 수많은 국내 영화팬들을 열광시킨 할리우드 영화 ‘겟아웃’(2017)을 연상시킨다. 또 집안에 하나둘 새로운 구성원들이 침투하는 점 등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 소재를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낸다. 

비평과 상업적으로 성공한 두 작품을 효과적으로 인용해 재창조한 점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비교를 당할 수 있는 작품이 명작이라는 점은 관객들의 의견을 엇갈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김무열은 강렬함과 섬세함을 오가는 모습으로 서진을 연기하며 아내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한 고뇌, 가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 딸에 대한 애틋한 부성애 등 복합적인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불안한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또 SBS ‘런닝맨’을 통해 명랑한 이미지를 보여준 송지효의 변신도 놀랍다. 미스터리한 인물 유진으로 분해 미소 뒤에 속내를 감춘 섬뜩한 표정으로 작품의 매력을 높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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