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구부릴 때 통증 사라지면 ‘척추관협착증’ 의심
허리 구부릴 때 통증 사라지면 ‘척추관협착증’ 의심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5.29 15:18
  • 호수 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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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근육 약화로 척추관 좁아져 발생…다리‧엉덩이까지 저릿한 통증

근력 약화, 낙상 위험 커져…초기에는 약물‧물리치료로도 호전 가능

[백세시대=이수연기자] 경기도에 거주하는 황 모(69) 씨는 평소 아픈 허리 때문에 자주 파스를 붙이며 버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통증이 심해지고 아프지 않던 다리에도 이상증세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당겨 가까운 곳에 가더라도 중간에 쉬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돼 병원을 찾았다. 각종 검사를 받은 결과 황 씨는 척추관협착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뼈 속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 또는 추간공이 좁아져서 허리의 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리에 여러 복합적인 신경 증세를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관은 타원형 또는 삼각형으로 목 쪽에서 가장 크며, 가슴 쪽에서 좁아졌다가 허리 쪽에서 다시 커진 후 하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로 허리 쪽에서 많이 발생되며, 간혹 목 쪽에서 발생되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2014년 128만3861명에서 2018년 164만922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고령층 많고 통증 서서히 나타나는 게 특징

척추는 외부의 크고 작은 충격을 감당하면서도 평생 체중을 지탱하기 때문에 매우 빨리 노화된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은 환자의 60%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며, 전체 환자의 약 65%가 여성이다. 여성 환자의 대부분이 폐경기가 시작되는 50대 이후 호르몬 변화의 영향으로 척추 주변 조직이 약해지면서 발생하게 된다. 우리 몸을 지탱하는 척추에는 척추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척추관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 척추뼈도 두꺼워지고 척추관을 둘러싸는 인대와 근육도 탄력을 잃어 이 통로가 점점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의 빨간원 부분처럼 나이가 들면서 척추뼈도 두꺼워지고 척추관을 둘러싸는 인대와 근육이 탄력을 잃어 통로가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림=대한의학회
그림의 빨간원 부분처럼 나이가 들면서 척추뼈도 두꺼워지고 척추관을 둘러싸는 인대와 근육이 탄력을 잃어 통로가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림=대한의학회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급성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김종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은 눕거나 쉴 때는 증상이 없어지지만 일어서거나 걷기 시작하면 엉덩이와 다리 부근이 시리고 저린 느낌이 들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며 “이때 걸음을 멈추고 앉아서 쉬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순간적으로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에 허리를 구부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병이 깊어질수록 허리가 구부러지게 되고, 점점 심해지면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지고, 몇 발자국만 걸어도 쉬었다가 걸어야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처음부터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아파지기 때문에 노화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 쉽다. 따라서 많은 환자가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척추관협착증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하지 근력 약화는 물론 다리 감각까지 떨어져 걷기가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김종태 교수는 “특히 골다공증이 있다면 뼈가 약하기 때문에 부러지기 쉽고, 이로 인해 활동이 제한되면 체중이 증가하고 비타민 D 부족으로 뼈가 더욱 약해질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질환 초기에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약물‧물리치료로도 증상 호전

척추관협착증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경인성 파행’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신경인성 파행이란 보행을 하면 하지의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얼마나 멀리 걸을 수 있는지, 걷지 못하게 하는 직접적인 증상이 무엇인지,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어떤 것이고 움직이지 않을 때 증상과는 어떤 관계인지, 쉬고 나서 다시 걸을 수 있는지, 걷다가 쉴 때 증상 완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의 질문을 통해 증상을 파악한다. 증상을 통해 협착증이 의심되면 MRI와 CT 등 추가 정밀검사를 시행한다. 

척추관협착증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단계적인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만약 환자가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는다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방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또 표층열 치료나 초음파, 저주파 전기치료 등의 물리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제제 주사요법도 많은 도움이 되며, 자세 교정과 복근 강화 운동을 실시하고, 필요하면 보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른 단계적 치료를 원칙으로 자세 보정, 운동요법, 약물치료, 물리치료, 신경근 차단술 같은 주사 시술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으로 시행한다. 

김종태 교수는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부담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고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적절한 진단 검사를 통해 협착증의 부위나 정도 등을 정확히 확인한 후 정도에 따른 맞춤형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했을 때 많은 경우 효과적인 증상 호전과 중증으로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증 기전에 따른 다양한 약물이 연구 개발됐고, 물리치료나 주사 요법 등으로 상당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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