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한방 이야기] 34. 입냄새는 어른 전유물? 어린이 구취는 질환?
[김대복 박사의 한방 이야기] 34. 입냄새는 어른 전유물? 어린이 구취는 질환?
  • 김대복 한의학 박사
  • 승인 2020.06.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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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냄새를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다. 입 냄새와 연관 있는 다양한 질환과 치료법을 김대복 한의학박사(혜은당클린한의원장)가 연재한다. <편집자 주>

입냄새는 성인에게서 많이 난다. 그렇다고 구취가 어른 전유물은 아니다. 어린이도 심심찮게 구취를 풍긴다. 어린이는 입냄새가 나도 스스로 잘 알지 못한다. 이로 인해 구취가 악화된 뒤 치료받는 경우도 흔하다. 어린이 입냄새는 주로 부모가 먼저 알게 된다. 따라서 어른은 어린이의 구취 여부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어른들이 어린이 구취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은 유아를 키운 경험과 연관 있다. 치아가 없고, 모유 수유를 하는 유아는 구취가 거의 없다. 모유는 호흡기 질병 예방에 좋은 IgA 면역성분이 우유 보다 32배나 많다. 면역력 강화와 입냄새 유발 박테리아 제거에 효과적이다. 유아가 많이 흘리는 침도 입냄새를 멀리하는 요인이다. 침은 소화를 촉진하고, 박테리아 제거, 입안 청소 효과가 있다.

그러나 모유를 떼고, 치아가 자리 잡으면서 구취도 늘어난다. 주로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 입냄새가 나는 아이들이 는다. 어린이의 입냄새 요인은 크게 가지가 있다.

첫째, 구강호흡이다. 구강내 감염이나 알러지성 비염 등이 있으면 구강이 마르고, 입으로 숨을 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어린이는 코 질환에 자주 걸릴 수 있다. 비염이나 축농증이 만성으로 진행되면 콧물을 삼키게 된다. 또 자연스럽게 목 뒤로 넘어가는 증상이 생긴다. 이때 목에 세균이 증식해 냄새로 이어질 수 있다. 입을 벌리고 잠을 자거나 구강 호흡을 하는 아이는 입마름으로 인해 미생물 증식이 쉽게 된다. 이비인후과적 구취는 비릿내 경향이 있다. 진료 경험상 비강, 구강의 콧물과 가래로 인한 구취가 늘고 있다.

둘째, 위장 질환이다. 유아는 불결한 장난감이나 손을 자주 빨게 된다. 병원균이 입으로 침투해 감기는 물론이고 소화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위장 기능이 떨어지면 방귀 횟수가 잦고 냄새가 심할 수 있다. 위와 장에서 음식물이 오래 머물면서 부패가 진행돼 입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위장질환 구취는 여느 입냄새에 비해 역겨운 경향이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위장 장애에 의한 구취 비율은 높지 않다.

셋째, 잘못된 식습관이다. 육류 섭취와 설탕 함유 식품 섭취가 많고, 과일과 채소를 적게 먹으면 구취 위험도가 높아진다. 또 물을 자주 마시지 않고, 음료수를 주로 섭취하는 습관도 좋지 않다. 저녁 늦게 음식을 섭취하고, 한 번에 많이 먹는 폭식도 구강 위생 악화 요인이다. 이 같은 식습관은 입안의 박테리아 증식에 좋은 환경이 된다.

넷째, 인스턴트 식품이다. 어린이는 인스턴트 식품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인스턴트 식품은 짧은 시간에 쉽게 조리할 수 있고, 저장과 보존이 쉽다. 가공도 높은 건조식품으로 간단한 가열로 먹을 수 있다. 삶에 유용하지만 습관적 섭취는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인스턴트 식품의 주원료인 밀가루의 쫄깃쫄깃한 맛을 더하는 글루텐은 소화 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이 현상이 오래되면 위장 기능이 저하된다. 또 어린이가 좋아하는 패스트푸드는 가정식 음식에 비해 당도와 염분이 높은 게 많다. 트랜스 지방도 입냄새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랜스 지방은 어린이들이 입맛을 사로잡는 스낵류, 피자, 치킨 , 버터, 팝콘 등의 식품에 비교적 많이 포함돼 있다.

다섯째, 치아 질환이다. 구강 위생 관리 미흡으로 충치균이 서식해 입냄새가 날 수 있다. 유아에게는 엄마로부터 충치균이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 치아 질환성 입냄새는 텁텁하고 퀴퀴한 경향이다. 구강 위생이 좋지 않던 시절에는 유아나 소아의 구취도 치과적 질환이 많았다. 그러나 개인위생이 철저한 요즘에는 구강질환 비율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어린이 구취 예방은 정기적인 치과 검진, 균형 잡힌 식단, 야식 자제, 따뜻한 물 마시기, 규칙적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만약 입냄새가 심하면 원인 진단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잇몸이나 치아 질환이 구취 원인이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치과적 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

그러나 알레르기, 축농증, 비염, 위장 장애에 의한 구취는 근본원인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또 생활습관과 식습관 교정도 필요하다. 어린이 구취 치료를 위한 처방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성장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이의 몸은 약재 성분과 약의 양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이 구취 치료 때는 경험 많은 의사와의 상담을 우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 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 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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