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美 인종 차별이 촉발시킨 폭력 유혈시위… 교민 엉뚱한 피해 입지 않도록 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美 인종 차별이 촉발시킨 폭력 유혈시위… 교민 엉뚱한 피해 입지 않도록 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6.05 13:43
  • 호수 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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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남성을 백인 경찰관이 무릎으로 짓눌러 숨지게 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폭력 유혈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교민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어 교민 안전과 재산 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비무장 상태의 플로이드를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는 그의 목을 무릎으로 약 7분 이상 짓눌러 사망케 했다. 

이후 단순 항의시위 차원을 넘어 방화와 약탈, 총격 등으로 무법천지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각지에서 일어났다. 사건 일주일 만에 시위는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140여 도시로 번졌으며, 경찰과 충돌이 과격해지고 방화, 약탈도 빈번해졌다. 

워싱턴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백악관 진입을 시도했고, 실리콘밸리 인근에선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선 CNN 건물 유리창이 박살났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경찰의 인종차별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이로 인해 40개 주요 도시에서는 야간 통행금지령이, 26개주에는 주 방위군 소집·배치령이 내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내용을 SNS에 게재해 시위대를 자극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주도 세력을 ‘안티파’(Antifa·극좌파)로 규정해, ‘테러조직’ 제압 때처럼 군을 동원한 진압까지 예고하고 있다.

만약 연방군대까지 투입된다면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로드니 킹 사건’ 때처럼 유혈사태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당시 LA의 폭력 시위 불똥이 엉뚱하게 한인 교민들에게 튀어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함께 생명의 위협까지 당했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경찰 폭력은 자유와 다양성의 나라라는 미국 안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이 뚜렷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흑인들의 죽음과 이를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는 그동안 수도 없이 반복돼 왔다. 지난 2012년 백인 자경단원이 17세 흑인 소년을 사살했지만 6명 중 5명의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4년에도 백인 경찰이 18세 흑인 소년을 사살했지만 기소되지도 않았다. “숨을 쉴 수 없다”는 구호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흑인 노점상이 경찰에 의해 숨지기 전에도 이 말을 했고, 당시에도 시민들은 이런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거센 항의 시위가 일어났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흑인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숨을 쉴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규모 실업, 유혈시위 등으로 극심한 내부 혼란을 겪고 있다. 이 마당에 대통령이 통합과 수습의 리더십을 보이기는커녕 갈등을 조장하는 언동으로 되레 기름을 붓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한국 교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안전이다. 

이미 미니애폴리스, 애틀랜타 등 한인 상점 수십 곳이 습격을 받아 교민사회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니애폴리스에는 유학생과 주재원, 재외동포 등 3만5000명이, 애틀랜타에는 10만 명이 각각 거주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가 해당 지역 체류·방문 중인 국민의 안전 유의를 당부하긴 했지만,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교민들을 보호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힘든 나날을 견디고 있을 교민들이 애꿎은 봉변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각별히 챙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미국의 다원주의가 얼마나 허약한 기초 위에 놓여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다. 인종차별이 단지 문화적 요인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확인됐다. 다원적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를 자부해온 미국이 더 수렁에 빠져들지 말고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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