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내조의 여왕에서 라이징스타로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내조의 여왕에서 라이징스타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05 14:06
  • 호수 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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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가 폐지에 가까운 장기 휴식에 들어가면서 개그맨들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최근 작은 돌풍을 일으키는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화제의 방송은 매주 수요일 저녁 JTBC에서 방영 중인 ‘1호가 될 순 없어’이다. 엄밀히 말하면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개그맨들만 출연하고 이들 특유의 입담이 터지면서 프로그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988년 당시 최고의 인기 개그맨 최양락과 개그우먼 팽현숙이 결혼한 이후 이봉원‧박미선, 김학래‧임미숙, 박준형‧김지혜, 윤형빈‧정경미, 강재준‧이은형까지 10쌍이 넘는 코미디언 부부가 탄생했다. 그런데도 놀라운 건 아직까지 이혼한 부부가 단 한 커플도 없다는 것이다.

 ‘1호가 될 순 없어’는 이혼이 익숙해진 시대에 이들이 어떻게 금슬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부부생활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일종의 관찰 예능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대표 개그우먼인 박미선과 장도연이 진행을 맡고 최양락‧팽현숙, 박준형‧김지혜, 강재준‧이은형 부부의 일상을 쫓으며 대화를 나누는 다소 식상한 구조다. 하지만 3회 밖에 방영되지 않았음에도 코미디언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화제성과 시청률 모두 사로잡고 있다.

특히 이 방송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이가 35년차 개그우먼 팽현숙이다. 데뷔 당시부터 국내에 3000여명 밖에 없는 특이한 성(姓)과 아름다운 외모로 주목받은 그녀는 23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최양락과 결혼했다. 깐족거리는 캐릭터로 유명한 최양락조차 ‘내조의 여왕’이라 극찬할 정도로 결혼 이후 사실상 방송과는 거리를 두고 살림에만 전념했다. 이런 헌신 덕분인지 몰라도 최양락은 동시대 개그맨들보다도 긴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내조에 전념했다고 하지만 팽형숙은 카페 등 요식업 관련 사업을 벌이면서 슈퍼우먼으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2000년대 이후 조금씩 방송 활동을 재개해온 그녀는 2017년 남편과 함께 KBS ‘살림하는 남자들’의 진행을 맡으며 농익은 입담을 과시한다. 그러다 ‘1호가 될 순 없어’에 출연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방송 속 그녀는 최양락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면서도 살뜰히 남편을 챙긴다. 베짱이처럼 구는 남편을 종종 구박하지만 기죽지 않게 먼저 한발 물러서는 지혜로운 모습도 보여준다. 여기에 ‘19금’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입담을 과시하며 큰 웃음도 선사한다. 

박미선을 제외하면 50대 이후에도 전성기를 유지하는 개그우먼은 거의 없다. 젊은 시절을 내조로 보낸 팽현숙이 오랜 시간 활동하며 개그우먼의 새 이정표를 세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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