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도취
[디카시 산책] 도취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20.06.05 14:17
  • 호수 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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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취

몸과 마음 다 사로잡는 꽃그물

흔쾌히 너의 포로가 되었다

리준실(중국)


마음을 빼앗기는 건 한 순간이다. 사람이 사람한테 빠지는 걸 사랑이라고 하는데 3초면 충분하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하지만 마음을 빼앗기는 대상이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길가에 이름없이 피었다 지는 들꽃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청명한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 조각에게도 마음이 사로잡혀 버릴 때가 있다. 이렇게 우리는 때로 풍경 하나에서 경이로운 찰나를 만나게 되고 잠시 사는 게 참 좋구나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는 게 바쁘고 아파서 대부분을 잊고 있는 게 아닐까. 

시인이 우리에게 타전한 꽃소식으로 세상이 온통 환해졌다. 꽃이 던진 그물에 우리들은 기꺼이 걸려들 준비가 되었다. 이렇게나 마음을 순하게 만들고 기쁘게 하고 감사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문학이다. 글 한 줄이 부귀와 명예를 가져다 주지는 못해도 위로가 되고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할 수는 있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이 디카시는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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