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사회적 가치 시대와 지역 복지공동체 /서상목
[백세시대 / 금요칼럼] 사회적 가치 시대와 지역 복지공동체 /서상목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6.05 14:19
  • 호수 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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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국가, 시장과 더불어

공동체는 사회발전의 기둥

우리나라 복지공동체 구축 필요

사회복지협의회가 중심이 돼

사업개발의 주체로 거듭나야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균형을 강조하는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은 그의 최근 저서 『제3의 기둥(The Third Pillar)』에서 국가(State), 시장(Market), 그리고 공동체(Community)를 균형된 사회가 갖춰야 할 세 기둥으로 꼽았다. 미국과 대다수 선진국의 역사 발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유지해 온 ‘국가’, 산업혁명 이후 영향력이 급격히 증가한 ‘시장’에 비해 ‘공동체’는 발전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사회안정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분석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류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인간이 무리를 지어 살면서 공동체를 형성한 것은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동물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인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농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호모사피엔스는 한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안정된 삶을 살게 되었고, 그 결과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국가가 형성되었다. 농토를 새로 확보하고 지키려는 경쟁은 전쟁으로 연결되었고, 이는 국가와 지배 계급의 권력 팽창을 초래하였다. 결과적으로 농업혁명은 힘의 중심을 ‘공동체’에서 ‘국가’로 이동시킨 것이다.

18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경제적 가치 창출 과정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기술혁신과 이의 사업화는 산업혁명의 불씨를 당겼고, 1900년을 전후해 산업혁명의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경영의 효율화와 과학화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시작된 경영 과학화의 상징인 ‘테일러리즘(Taylorism)’과 대량생산을 통한 경영 효율화의 대명사인 ‘포디즘(Fordism)’은 경제적 가치 시대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혁명은 ‘정부’ 못지않은 힘을 ‘시장’에 실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정치사회 부문에서 진행된 민주화는 모든 선진국으로 하여금 복지국가 건설 경쟁에 뛰어들게 하였다. 국가 운용 패러다임 역시 경제개발과 사회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는 시장자본주의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되어 가는 사실로도 잘 알 수 있다. 유엔(UN) 역시 1990년대 초부터 ‘지속발전’을 강조하면서 최근에는 분야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선정하여 모든 회원국이 이를 이행하도록 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이제 세계는 경제적 가치에 더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라잔(Rajan) 교수가 지적한 공동체 역할의 강화가 필요한데, 이는 지역공동체 활동의 활성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지역공동체는 크게 경제공동체, 복지공동체와 문화공동체로 나눌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부문별 대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공동체 분야에서는 농협, 수협, 신협 등을 중심으로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고, 문화공동체 분야 역시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지역 단위의 문화원 활동, 지역문화축제 등이 활발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복지공동체 활성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복지공동체 활성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심이 되는 추진 주체가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기구는 전국 및 시도는 물론 시군구 단위 조직을 갖추고 있는 사회복지협의회라고 판단된다. 일본은 지역복지공동체와 관련된 모든 사업이 사회복지협의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다양한 조직들이 각기 독자적 기능을 수행하여 그 효율성이 크게 낮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개편이 필요하다. 

첫째, 사회복지협의회가 사회복지인의 협의체 차원을 넘어 주민 전체의 협의회가 될 수 있도록 회원 구조 및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둘째, 사회복지협의회는 기존의 협의체 성격을 넘어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에 필요한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협의회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사업을 개발∙추진하는 사회혁신 전문가로 거듭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사업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직접 모금 활동을 추진하고 이와 더불어 유관기관과의 협업 체제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계 구성원 모두가 ‘단독의 힘(Isolated Impact)’보다는 ‘협력의 힘(Collective Impact)’을 통해 더욱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는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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